끄적 끄적
도쿄는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고
그제서야 밥 생각이 나서 냉장고를 열었더니
밥도 반찬도 아무것도 없었다.
요즘은 냉장고에 무언가를 채우기만 하면
금세 없어지는 것 같다.
일단 밥을 짓고 김치가 보이길래 찌개를 끓였다.
그렇게 오늘의 밥은 대충대충.
일을 하다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잠시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혼자라서 불편한 건..
가구를 옮기거나 전등을 바꾸거나
둘 이상 가야 하는 식당에 가고 싶을 때 정도.
혼자라서 외로울 때는..
음.. 외롭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런 감정들이 잘 안 생기는 것 같다.
외로운지 안 외로운지 그런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된 것도 같고.
요즘은 오히려 혼자서 잘 지내는 법을 물으면
술술 더 대답을 잘 할 것도 같다.
언제쯤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행복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행복은
이미 너무 멀리 흘러가버린 것 같아서.
행복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의 내 삶이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행복하려고 애쓰고 있는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피곤해졌던 것 같다.
그냥 행복이라든지 외로움이라든지
그런 것들에 얽매이기 보다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묵묵히 내 삶에 충실하면 그걸로 된 것 같다.
요 며칠 일을 하며
이런저런 내 안의 감정들을 끄집어 내어 보았는데
잠시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꽤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