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여행
데마치야나기역[出町柳駅]에서
시모가모진자[下鴨神社]로 향하는 길의 아침은
참으로 고요했다.
진자로 이어지는 한적한 길은
아무리 걸음을 재촉해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와
잔잔히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다 보면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진다.
그 길 한 귀퉁이에 만나는 저택,
바로 이곳이 오늘의 목적지인
[큐미츠이시모가모벳테이]다.
이곳은 미츠이 가문의 구 별장으로
메이지 시대부터 다이쇼 시대에 걸친
역사 건축물이다.
2차 대전 후에 이루어진 재벌 해체로
1949년 국유화되어 2007년까지는
교토 가정재판소의 숙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2011년 주요 문화재(건축물)로 지정된 후에는
복원공사 거처 2016년 10월 1일부터
일반 공개되었다.
건물의 중심이 되는 오모야[主屋]는
1880년 지어진 미츠이가의 목조 별장에서
이축한 건물로 정면에서 바라보는
정원 풍경이 아주 멋스럽다.
1층 한 편은 카페로 사용되고 있는데
카페는 예약 없이도 입장이 가능하다.
조식 이벤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조식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입장을 할 수 있어
한가로운 관람이 가능했다.
봄을 맞이하는 정원 풍경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실은 봄보다는 가을 정원이라고
지나가는 관리인이 살짝 귀띔해 주었다.
정원을 한 바퀴 돌고는
건물 내부로 다시 들어왔다.
그 시절의 생활감이 전해지는 공간은
언제 보아도 흥미롭다.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상상하며
잠시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조식은 2층에 준비되어 있었다.
2층부터는 특별한 이벤트 때만 공개하는 곳이라
사실 여기서부터가 이곳의 진짜 볼거리다.
레스토랑을 예약한다는 감각보다는
계절에 따른 식사를 포함한 이벤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창을 향한 기다린 테이블이
두 줄로 놓여 있었고
예약 순서로 자리가 정해져 있다.
(아마도 내가 가장 늦은 예약자인 듯)
정원을 바라보며 먹는 아침 식사,
1층에서 한 층을 더 올라왔을 뿐인데
정원 풍경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충분히 여유롭게 주어진 식사 시간,
나를 포함한 모든 손님들은
아주 느린 속도로 그리고 아주 조용히
아침 식사를 이어갔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2층 베란다를 둘러보았다.
삐걱거리는 미닫이문을 조심스레 열고
밖으로 나가니 느낌이 또 새로웠다.
낮은 난간 때문인지 2층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높이 올라온 것처럼 살짝 무서워
문 쪽으로 몸이 자연스레 기울었다.
모두의 식사가 완료된 걸 확인한 안내원이
다음은 우리를 가장 비밀스러운 곳으로 안내했다.
2층 벽 한 쪽에는 겉에서 보면 찾기 힘든
3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자 우리는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입에서 작은 함성이 세어 나왔다.
초록빛 양탄자가 깔린 급경사 계단 왼편에는
두꺼운 노란색의 동아줄이 있었는데
올라갈 땐 그걸 잡으라고 알려주었다.
협소한 공간이라
우리는 가방이나 짐을 모두 내려놓고
몸만 올라가야 했다.
작은 스릴을 만끽하며 올라온 3층은
이미 모든 창문이 열려 있어
사방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스릴감을 한 층 더 높여주었다.
3층은 2층에서 바라보는 풍경과는 또 달랐고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 시야가 확 트였다.
다락방 같은 자그마한 공간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에게
안내원은 이어서
이곳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 끝으로 보이는 산이 바로
다이몬지야마[大文字山]다.
이곳은 8월 16일 밤이 되면
오쿠리비[送り火]를 보는
이벤트가 열린다고 한다.
마치 하나미[花見]의 명소처럼.
어쩜 가을의 정원보다
이곳 최고의 이벤트는 여름이 아닐까 싶다.
여름의 교토에 오게 된다면
그때는 이곳에서 꼭 오쿠리비,
다이몬지야마에서
활활 타오르는 [大] 자를 보고 싶다.
3층 관람을 끝으로
조식 이벤트도 모두 끝이 났다.
물론 좀 더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어도 좋고
그 이후의 시간은 자유로웠다.
**구 미쓰이가 시모가모 별채**
개관 시간 : 9:00~17:00
휴관 : 수요일/12월29~12/31
입장료 : 500엔 (공휴일600엔)
가는 길 : 데마치야나기역[出町柳駅] 약 도보 5분
홈페이지 :
https://ja.kyoto.travel/tourism/article/mitsu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