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여행
4시 반쯤에 시작한,
카모가와를 따라 기온을 지나 청수사를 들렀다
다시 카모가와로 돌아오는 새벽 산책이었다.
아무도 없는 다리 한 편에 기대어
인적 없는 카모가와를 내려다보다
화려한 표정으로 끝없이 색을 바꿔 입는
하늘을 올려다보다를 반복했다.
카모가와의 새벽 풍경은
상상 그 어디에도 없던
까마귀 울음소리가 더해진
적당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이었고
그 모습은 결국 나를 청수사로 향하게 했다.
사람들로 빼곡했던 골목은
사람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밤을 밝히던 불빛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교토의 청소차는 도쿄의 청소차보다
아침을 더 빨리 시작하는 것 같다.
밤새 지저분해진 거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있는 미화원과도
여러 번 스쳐 지나갔다.
낮 시간의 이곳이 어떤 모습인지 너무 잘 알기에
비현실적인 이 거리가 주는 개방감은 아주 강렬했다.
나는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면 길 한가운데 서서
그 특별한 개방감을 원 없이 만끽했다.
텅 빈 기온 거리는 느린 발걸음을
한 층 더 느리게 만들었다.
걷다 한 번씩 뒤돌아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을 했지만
좀처럼 사람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첫 교토 여행 때 왔던 곳이
이곳이 아니었나 싶다.
정확히 기억은 나질 않지만.
텅 비어 더욱더 거대해진 거리 위에서
첫 교토 여행의 기억도 잠시 떠올렸다.
적당히 걷다 오른쪽 골목으로 방향을 틀어
청수사 쪽으로 향했다.
주위는 이미 충분히 밝아졌지만
간간이 만나는 꺼지지 않은 가로등 불빛이
지금은 새벽임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것 같았다.
모닝커피를 마시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
오픈 준비를 하는 가게 문틈 사이를
살짝 기웃거려보았지만
물론 오픈 시간이 앞당겨질 리는 없었다.
방향을 틀어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섰다.
어느 쪽을 향해도 나를 반기는 쾌적한 한적함.
이 시간 이곳을 찾은 사람들만이 누리는 최고의 선물.
야사카의 탑 앞에서는
최고의 선물을 누리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새벽 풍경을 나눠가졌다.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여기 있는 것이 유의마한 사람,
나의 차가 지금 이 순간 여기 있는 것이 유의미한 사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풍경이 유의미한 사람,
각자의 유의미는 달랐지만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며
온전히 원하는 걸 즐길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배려했다.
나는 그 풍경 속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억을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느 한때는 인파에 밀리고 밀려
니넨자카는 이걸로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들은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흩어졌다.
이 순간의 가슴 벅찼던 비현실감은
쉽게 잊히질 않을 것 같다.
스타벅스의 저 창문 앞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오픈 시간에 맞춰 갔던 기억도 잠시 떠올랐다.
그날 맞은편 가게에서 즐겼던
츠케모노로 가득했던 소박한 점심도.
청수사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사람 없는 청수사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대로 청수사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조식을 먹으러 내려갈까를
한참 고민하다 아쉽지만
첫 참배객이 되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그냥 발 닿는 대로 걸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봤다 위로 올려봤다를 반복하며
나는 그 시간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뷰 포인트에서는 변함없이
이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을 발견했고
그럴 때마다 서로를 배려하며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순간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내려오는 길에는 물류를 운반하는
작은 트럭들이 꽤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이 거리를 가득 메울 사람들을 위한
가게들의 준비가 서서히 시작되는 모양이다.
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 다시
카모가와로 돌아오는 길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카모가와를 따라 산책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이 멀리 눈에 들어왔다.
6시 15분쯤이었던 것 같다.
아침 햇살을 곱게 입은 카모가와가
그렇게 예쁠 수 없었던 그 때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