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요즘엔 그렇겠지만, 미국은 강아지를 정말 많이 기른다.
강아지를 키우는 역사도 오래된 것 같고, 하우스에 사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우리 강아지는 푸들 믹스라 털이 저절로 빠지지는 않지만,
털이 금방 자라는 탓에 주기적으로 미용을 해 주어야 한다.
또 털을 잘라줘야 하는 시기가 와서 동네의 그루밍 샵에 전화를 돌렸다.
다섯 군데 정도 전화를 했지만 한 군데도 예약을 하지 못했다.
너무 절망적이다.
우리 동네의 경우 인기 있는 가게와 인기 없는 가게가 극명히 나뉜다.
구글 리뷰에 강아지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후기가 있거나, 미용 수준이 터무니없는 가게는 예약이 쉽다.
그러나 누구도 그 가게에 강아지 미용을 맡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안 좋은 그루밍샵을 제외하면 예약은 쉽지 않다.
대개 우리 동네의 펫 미용실은 워라밸을 중요시한다. 즉, 영업시간이 한국보다 짧다.
오후 3시면 가게를 닫아버리니 하루에 미용이 가능한 강아지 숫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어찌어찌 예약에 성공하더라도 최소 1달은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그만큼 강아지미용은 아주 많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오랜 시간 기다려 강아지 미용날짜가 가까워왔더라도 방심할 수는 없다.
미용사가 언제 약속을 변경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도 한 달 넘게 기다려 드디어 미용실에 강아지를 데려갔지만,
미용사가 개인적 사유로 출근을 하지 않아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미리 얘기해주지도 않아서 가게에 도착해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한국에서 이런 일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체로" 이런 일들에 관대하다.
경험상 손님이 좀 손해 보는 경우가 있더라도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 어떻게 되었는지 얘기해 보자면,
결국 긴 털에 고생하는 강아지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나는
열심히 우리 강아지 셀프 미용을 했다.
듬성듬성 좀 삐뚤빼뚤하지만 또 나름 개성이 있다.
이렇게 또 얼마간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