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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의 기술

by 안필수연구소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가 되어 있다.

집이 아니라 작은 방에 격리가 되어 있다.

가족들에게 옮기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기꺼이' 방안에 혼자 있는다


처음엔 이 기간에 글을 하나씩 써볼까도 했다

읽어본 적도 없는 '지하생활자의 수기'가 생각난다.


바이러스의 영향인지

바른 정신상태도 아니고, 체력도 별로다

바로 포기한다.

생각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 안될 것 같은 일에는 바로 꼬리를 내린다.

(이 글은 글이라기 보다, 그냥 말? 말할 상대가 없으니 하는 말이다..)


넥플릭스 디즈니플러스도 한계가 있다

머리도 아파서 계속 볼 수도 없다

그냥 음악을 틀어놓고 누워있고

칼칼해지면 물을 마시고

넣어주는 빵, 떡, 김밥 같은 것들을 계속 먹는다

쓰레기가 쌓여간다.


이런 기분이 무슨기분이었나 생각해보니

혼자 비행기를 타고 긴 출장을 가거나 할 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공간에서

강제적인 '내려놓음'에 대한 기억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과 인터넷 마져 없었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강제적으로 완전히 분절된 상태

약기운에 감각조차 무뎌져서 육체적으로도 분절된 상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냥 두자의 단계가 되면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윗집에서 들리는 소리

아랫집에서 들리는 소리

밖에서 아이들이 엄마랑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듣는다

엿듣고 있게 된다.

입을 닫고 귀를 열게된다. 소리가 참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평화가 찾아온다

뭘 그리 하려고 애쓰나.


컴퓨터를 끄자.

그냥 모두 내려놓는다.

그것이 격리의 마지막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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