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인파의 알록달록한 옷 차림이 단풍이구나
단풍이 절정이라면 이번주가 아닐까 하고, 2024년 가을 절정의 주말을 어느 산으로 갈지 아주 신중히 골라야했다. 자주 가던 북한산도 있었고, 설악산이나 내장산도 후보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손오공 나올 것만 같은 주왕산이 항상 궁금했는데, 단풍은 주왕산도 멋지다고 하여 "그래 주왕산이로구나" 하며 안내산악회 버스를 찾아 예약했다. 그래도 지방이니 서울만큼 사람이 많진 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죽전역에서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는 것은 언제나 긴장이 된다. 정차할 곳이 없는 버스들이라 그냥 쉭하고 지나가버리지 않을까 계속 오는 버스의 차량번호를 유심히 보게된다. 그렇게 버스를 잘 찾아 타고 느긋한 마음으로 고속버스 여행을 즐긴다.
버스는 전용차로로 달려서 예상 시간보다 빠르게 청송에 진입하여, 오 여유있게 놀면서 돌아볼 수 있겠구나 했는데, 웬걸, 막산 주왕산 근처 3km 지점부터 버스들이 일렬로 늘어서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 국립공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승용차들과 버스들이 이미 만차되어 회군하는 차들과 영켜있는 형세라고나 할까? 생각해보니 지방도 사람이 많이 살고, 많은 사람들이 단풍 구경은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결국 서울이나 지방이나 이런 가을철은 어딜가도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해야한다.
가볍게 포기하고, 저 멀리 주왕산이 보이자, 기사님이 "내려거 걸어가실 분은 내려가세요" 권유아닌 권유를 하자, 배낭을 주섬 주섬 챙겨서 설렁 설렁 걸어가기로 한다. 어차피 걸으려고 나왔는데, 조금 더 걷는 것이 대수겠는가?
주왕산은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완만한 평지길로 지질공원을 볼 수도 있고, 주왕산 주봉을 올라 크게 돌 수도 있다. 그냥 지질 공원만 봐도, 이제까지 어느 산에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바위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그 바위를 정상에서 바라보는 맛도 있어서 당연히 주봉으로 먼저 오르기로 한다.
그래도 등산로 쪽은 아래쪽 보다는 확실히 사람도 적어서 한적하다. 그렇게 가파르지도 않은 산을 설렁 설렁 오르며 단풍 구경도 하고, 싸가져가 라면도 끓여 먹는다. 물만 부어면 보글 보글 끓여지는 전투식량 스타일의 밥을 처음먹어보는데, 라면에 밥까지 말아있는데, 이걸 산에서 경치를 보며 먹는데 어떻게 안 맛있을 수가 있겠는가? 이 라면 한 그릇으로 이미 주왕상 왕복의 목표는 달성했다. 나머지는 그냥 보너스다
이렇게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라면밥을 먹고.. 주왕산 지질 공원쪽으로 내려가서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 물론 어마어마한 인파도 만났지만, 모두 단풍이라고 생각하면 알록 달록 이쁘기만 하다.
산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매우 다른 모습이라 연신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다. 폭포도 사이사이 많고, 동굴도 있고 다른 산에서는 한 두개 나올만한 스팟이 여기저기 깔려있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지나가게 되기도 한다.
사람은 많았지만, 길은 막혔지만,
새벽에 나갔다가 집에 오니 10시가 넘어 하루가 사라졌지만
사람이 많던, 길이 막히던 그냥 갈 수 있을때 무조건 가는 것이 답이다.
이렇게 또 새로운 산을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