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명절이란

1월 28일

by Yuna Jung

해외에 산지 15년째지만, 아직도 한국의 큰 명절인 설과 추석이 되면 유독 한국 가족이 생각난다. 이날도 어김없이 어느 평범한 일상처럼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간혹 외국인 동료들에게 'Happy Lunar New Year' 인사를 받는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할 그런 날이었다.


외국인 남편에게 이번에도 '설날의 의미'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한 것으로 이번 명절도 그렇게 지나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두바이에 많은 한국 식당에서 '설날 특별 한상' 세트를 준비하여 집까지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번에는 꼭 명절음식을 먹으며, 해외에서도 명절다운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해외에 살아본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좋은 인연을 만나고 또 그 관계를 유지하기란 참 쉽지 않다. 특히, 명절날 같이 모여서 가족처럼 음식과 담소를 나눌만큼의 사람들을 만나는건 더더욱 어렵다. 우리 부부는 무슨 복인지 늘 첫째 언니처럼 챙겨주시는 분, 언제나 내 볼맨 소리를 들어주시고 말을 재밌게 하는 분, 훌륭한 요리 솜씨와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 그리고 활력이 넘치고 옆에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동생 내외까지 좋은 인연들과 1월 28일 저녁에 모여 설날을 기념할 수 있었다.


그날 저녁, 각자 준비한 음식들을 싸들고 첫째 언니 집에 모였다. 일을 하는 나는 돈의 힘을 빌려 한국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고, 다른 분들은 케이크, 과일, 각종 전, 잡채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이렇게 다 같이 모이니 정말 명절날 친척댁에 모인듯 했고, 두바이에서 작은 한국을 느꼈다.


조촐하게 남편과 둘이 '오늘이 설날이래' 이 정도 대화만 하고 지나갔을 어느 평범한 날이, 이날 모인 분들 덕분에 우리 둘에게는 잊지 못할 명절이 되었다. '아이는 언제 낳을거니', '돈벌이는 괜찮니' 등의 불편한 질문따위는 없고, 서로 즐거운 이야기와 칭찬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던 1월 28일 두바이에서 맞는 설날.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고, 한국음식을 손쉽게 제공해주는 한국 식당에도 고맙던 그런날.

모든것이 감사하던 그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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