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K-팝, K-드라마 등 한국 컨텐츠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주변의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손쉽게 비빔밥, 불고기등 한국 요리를 하고, 두바이 어느 슈퍼마켓에 가도 김치류는 이제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외국인들의 한국 음식을 대하는 진입 장벽도 낮아지다 보니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 한국음식을 요리하는 비중이 확연히 높아졌다. 특히, 외국인 손님들은 우리 집에 초대받으면 당연히 본인들이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한국 음식을 접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가지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반갑지만, 내 부족한 요리 실력을 기준으로 한국 음식을 판단하게 된다 생각하니 뭔지 모를 사명감마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 번은 루마니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김밥을 만들어 낸 적이 있다.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는 쌀로 만든 음식에 화색을 표하며, 김밥을 보자마자 'I love sushi so much'를 연속 내뱉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는 김밥처럼 김에 초양념이 된 밥과 생선을 넣고 말아 낸 초밥롤을 초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그들에게 김밥은 초밥과 비슷하게 생겼고, 당연히 한국에서도 초밥을 먹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 친구에게 초밥롤과 김밥의 차이에 대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알려줬다.
- 초밥롤 : 단초로 양념한 밥을 김 위에 깔고, 밥 안에 날생선과 간단한 야채나 치즈류 등 생식 재료를 넣고 말아 내는 음식
- 김밥 : 참기름과 소금, 후추로 양념한 밥을 김 위에 깔고, 밥 안에는 다양한 익힌 야채와 단백질류 등 재료를 넣고 말아 내는 음식
얼핏 보면 매우 비슷한 두 음식이지만, 초밥롤과 김밥은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초밥롤은 오히려 약간 차가운 온도로 서빙되며, 애피타이저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김밥은 비빔밥에 버금갈 만큼 많은 재료가 밥 안에 들어가고, 밥과 속재료의 적당한 온도가 유지된 상태에서 서빙되는 메인코스에 가깝다. 이 둘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다루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같은 음식으로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밥은 초밥롤과 다르게 따뜻함을 기본으로 한다. 속재료를 일일이 볶아내고, 밥도 적당한 따뜻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김밥은 소풍날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 도시락을 싸주던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면서 마음에 따뜻한 바람을 일으킨다. 집에서 만든 김밥을 친구와 함께 나눌 때, 음식을 나눠먹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한국인에게 집김밥은 마음을 데우는 음식 이상의 가치가 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 김밥을 싸는 날이면 온 가족이 축제 분위기였다. 우리 집은 김밥은 늘 아빠가 싸주는 전통이 있었고, 엄마는 아빠의 주방 보조로 알콩달콩 요리를 같이 하는 모습이 그때 내 눈에도 그렇게 좋아 보였 나보다. 나도 그런 두 분 앞에 앉아서, 김밥 끄트머리(우리 집에서는 꽁다리라고 불렀다)를 집어먹었던 그때의 그날 집안의 온도와 냄새, 느낌이 그립다.
그럴 때는 나도 김밥 재료를 준비해, 김밥을 만다. 한번 김밥을 말면 최소 10줄 이상은 말아야 하는 큰손이라 '이번에는 이 김밥을 누구와 나눠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재료 준비를 할 때, 김밥을 받고 좋아할 친구를 생각하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집김밥의 소중함과 이 김밥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시간과 정성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마 한국인일 뿐일 거다. 특히, 두바이에 살고 있는 한국인 친구들은 더욱 그 가치를 잘 이해한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김밥을 싸고 소중한 친구들과 나누면서 '한국인만 아는 그 느낌'을 나는 '한국인의 정체성'이라 감히 정의 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