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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재미 Jun 09. 2018

글쓰기 연습 : 글길, 2018. 6. 5.

꽃.


인간이었을 땐 꽃이 되고 싶었다.

다시 태어나는 삶이 있을 줄 몰랐는데..

이럴수가,, 놀랍게도 나는 꽃이 되었다.


갈대,


풀 아니고 나도 꽃이다. (인간들은 나를 갈대꽃으로 구분지어줬다. 고마워해야할까?)

왜 나는 갈대로 다시 태어난 걸까?


인생이 어디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나는 나대로 그 길을 걸어갈 뿐이었고, 사실 우리 사이에 문제다운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9월에 우린 만났고, 포근했던 그 시간들이 지나더니, 그 다음해 구월, 우린 헤어졌다.


그 무렵,

이유 모를 헤어짐 까닭인지 이유 모를 마음의 감기가 나를 찾아왔다.

그 녀석이 심장 언저리 어딘가에 박혀있다 물감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꽃이 활짝 피듯 무르익고 번영하다가 온몸 전체가 자줏빛 울적함으로 가득 퍼졌고,,

어둠이 다가온 어느 시간인가에 나는 삶을 놓아버렸다. 


눈을 떠보니 나는 갈대가 되어있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순천만 어디쯤의 습지였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햇빛이 비치면 고개 숙이기를 반복하다보니,

또 다시 구월이 되어 자주색 꽃이 되었다.


화무십일홍

나는 나대로 길을 걸어갔을 뿐이다.

그러다 계절이 바뀌고 우리 사이가 시들어 갈 때에 꽃은 떨어졌을 뿐이다.


문제가 무엇일까?

사실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답을 찾을 수 없는건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태어났으니까 살아왔듯이.

헤어질때가 되어 헤어졌듯이.

나는 나대로 그 길을 걸었을 뿐이다.


가을 냄새가 사라질 무렵,

꽃잎이 떨어지듯이..

가을은 다시 오고, 꽃은 또 다시 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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