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단계 : 오르가즘의 미개척지
- 중추적 오르가즘

by 유주얼

오르가즘에 대한 생물학적, 의학적 설명은 때때로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오르가즘이라는 현상의 정의를 내리면서 호흡, 혈압, 체온, 근육의 변화를 설명하고, 오르가즘의 종류를 알려주고, 성별, 연령별 오르가즘 경험 유무와 획득 빈도에 대한 통계를 보여주고, 오르가즘이 주는 건강상의 유익을 나열한 다음,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 의사나 섹스 테라피스트를 찾아가보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그나마 외국의 경우인데, 의사라니? 도대체 어떤 과 의사를 찾아가야 ‘저어, 제가 오르가즘에 문제가 있는데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믿을 만한 섹스 테라피스트가 있기는 하고?


그런데 오르가즘을 ‘성기의 자극으로 인한 흥분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해소되는 순간의 쾌감’이라고만 보면 사실 문제될 게 없다. 파트너에게 해달라고 하든, 내가 내 손으로 하든 절정의 쾌감을 얻을 때까지 자극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오르가즘은 그런 게 아니라는 데에서 어려움이 생긴다.

우리가 원하는 오르가즘은 개운하다, 짜릿하다, 기분 좋다 정도를 훨씬 넘어서 흔히 ‘황홀경’이라고 표현되는 차원일 것인데, 이 황홀경은 물리적 자극으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님엔 틀림없다. 연애의 미묘한 심리와 감정이 더해진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


이상적인 오르가즘은 온몸에 휘몰아치는 일대 격변의 감각, 전신을 휩쓰는 에너지의 파동이다. 한번 흔들고 마는 파동이 아니라, 뭉쳐있고 눌려있던 털을 샅샅이 훑고 일으켜 올올이 바람에 살랑거리게 만드는 빗질처럼, 존재의 감각을 뿌리부터 새롭게 일깨우는 파동이다.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강렬한 오르가즘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여러 가지 말로 표현을 하는데 여자의 경우, 정신이 혼미하다, 몸이 공중에 붕 뜬다, 온몸에 불꽃놀이가 터진다 등으로 얘기하고, 남자의 경우엔 확 풀리는 해방감이라든가 나른하게 추락하는 느낌이라고 묘사한다.


여자와 남자의 오르가즘엔 분명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원하는 최고의 오르가즘은 뭔가 새로운 에너지로 인해 내 몸이 ‘변화’되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구닥다리 표현으로는 ‘홍콩 갔다 온다’고도 했었는데, 조금 저속하게 들리는 이 은유 속에 의외의 진실이 숨어있다. 홍콩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에 한 번만이라도 다녀오기를 바라마지 않던 새로운 별천지였다. 따라서 ‘홍콩 다녀온 기분’이라는 건 성교를 통해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경험을 나 혼자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좋다는 것이다. 같은 것을 동시에 느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서로 다른 두 개체가 만나서 새로운 세계,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낸 기쁨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창조’의 정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오르가즘은 ‘변형(Transformation)’의 쾌감이다.

상대방의 에너지와 나의 에너지가 교류하고 섞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가 생성되고 이 에너지가 나의 몸을 관통하면서 내 존재의 차원이 달라지는 체험이다. 번지점프를 하거나 스카이워크를 건너보고 싶은 마음도 이러한 욕구의 발로다. 덜덜 떨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다른 차원의 존재 경험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존재의 차원이 달라지는 데서 오는 쾌감은 영적인 희열이다.

그래서 섹스를 영적인 욕구라고 단언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안한 얘기지만 이러한 행복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신체적 구조를 지닌 쪽은 여자다. 왜냐면 남자는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는 형태로 오르가즘을 느끼고, 여자는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오르가즘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섹스에 대해 계속 공부를 해봐도 어째서 섹스가 천성적으로 남자에게 이렇게 불리하게 되어있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아마도 여자가 섹스를 할 때에는 임신이라는 위험 부담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보상을 주어야 한다는 자연법칙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기는 하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주로 여자의 오르가즘을 이야기할 것이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수의 여자들이 경험해본 것은 음핵(Clitoris)의 자극으로 얻어지는 클리토럴 오르가즘일 것이다. 질과 G-spot, 드물게는 젖가슴에서 느끼는 오르가즘도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것들 역시 클리토럴 오르가즘이 선행되어야만 함께 따라오는 오르가즘이다. 결국 여자에게 가장 결정적인 오르가즘은 클리토리스에 집중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클리토럴 오르가즘은 고조-절정-해소의 단계가 선명하기는 해도, 그 자체만으로 존재의 차원이 달라지는 변형의 쾌감을 주지는 못한다. 클리토리스의 쾌감은 그 쾌감으로 인해 나와 다른 이질적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 몸을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에너지를 발화시키고 길을 열기 위한 쾌감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쳐 버리면 그 쾌감은 허무해진다. 혹은 남자가 여자의 몸으로 들어왔어도 에너지의 통로가 열리지 못한다면 더 깊은 희열로 이어지지 않으니 그 또한 허무해진다. 실컷 준비만 해놓고 본격적인 활동은 해보지 못하는 형국이다.

클리토럴 오르가즘은 더 깊고 더 강한 에너지로 확장되고 싶은 욕구를 내포하고 있다.

질이나 G-spot에 전달되는 정도를 넘어서 전방위적으로 확장되어 존재 전체를 관통하고 싶어한다.

이렇게 위쪽으로 관통하는 오르가즘을 ‘Cervical Orgasm(써비컬 오르가즘)’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일 것이다.

써비컬 오르가즘의 열쇠는 ‘Cervix’이다. 우리말로는 ‘자궁목’ ‘자궁경부’라고 한다.

자궁경부? 이 단어는 몇 번 들어봤을 것인데 슬프게도 ‘암’이라는 무서운 단어와의 조합으로 기억날 것이다. 이제는 자궁목을 다르게 기억했으면 좋겠다.


자궁목은 여자에게 무척이나 소중하고 고마운 축복의 출입문이다.

우리 몸의 중심축을 따라 에너지 통로가 있는데, 요가에서는 이것을 ‘Sushumna Nadi (수슘나 나디)’라고 하고, 한의학에서는 ‘경맥(經脈)’이라고 한다. 우주 만물의 생명 활동에서 에너지 혹은 기가 정체되거나 막히지 않고 늘 흘러야 한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나 창조력의 원천인 섹스의 기운은 배꼽 아래에만 머물러 있을 운명이 아니며 마음과 의식의 차원으로 승화되어 결국 영적인 해탈을 향해 가야 마땅하다. 그 과정이 오르가즘이다.


오르가즘은 섹스의 쾌감이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로 승화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의 열쇠가 바로 자궁목이다.


자궁목은 국소적으로 일어난 성적 쾌감을 전 존재로 확장시키는 증폭기이자
그 확장의 길이 열리는 시작점이다.


자궁목에서 확장되고 증폭되는 오르가즘을 ‘써비컬 오르가즘’이라는 영어 대신, ‘중추적 오르가즘’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중추적 오르가즘은 단순히 자궁목을 자극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성교할 때에 대부분 남성의 성기는 어렵지 않게 여성의 자궁목에 닿을 수 있지만, 여자의 자궁목이 무감각한 상태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거나 반대로 굉장한 불쾌감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클리토럴 오르가즘에 도달한 후라도 남자가 삽입하고 나서는 아무런 쾌감도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아프기만 하다면 그 원인은 자궁목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자궁목은 여성의 성기관 중에 가장 중요한만큼 가장 민감하여 상처받기 쉬운 곳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섹스와 관련하여 겪은 모든 경험의 저장소가 바로 자궁목이다. 의식 차원에서는 사라진 기억과 상처일지라도 자궁목에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래서 자궁목의 치유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과정이다.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이다. 섹스와 관련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자궁목이 회복되어야 존재 전체를 관통하는 확장된 오르가즘이 가능해진다.

자궁목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치료 방법도 있고, 명상을 통한 에너지적인 치료 방법도 있다.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하는 것이 좋다.

자궁목은 물리적, 심리적, 정신적, 영적 차원이 모두 교차하는 곳이다. 따라서 치유과정은 결코 쉽고 짧은 여정이 아니지만, 자궁목의 치유를 통해 내 몸에 흐르는 에너지가 변화된다면 삶의 대전환이 일어날 만큼 엄청난 계기가 될 수 있다.


중추적 오르가즘의 핵심이 자궁목이기는 하지만, 자궁목의 회복과 함께 몸 전체의 기운이 막힘 없이 흐르는 것도 중요하다. 기운이 잘 흐른다는 것은 나의 삶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뜻이다.

이 악물고 투쟁하는 삶, 내면의 자유를 잃어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사는 삶, 끊임없이 나와 남을 비교하며 불안에 시달리는 삶, 이렇게 살다보면 자연의 감각을 잃어버리고 몸의 곳곳이 굳어지고 막혀서 섹스를 해도 기쁨을 느낄 수가 없게 된다.

아찔하고 더 이색적인 성적 자극을 원하게 되지만 그렇게 잠시 흥분을 하더라도 그 쾌감은 아랫도리에만 반짝 일어났다 허무하게 사라지고 마는 악순환만 일어날 뿐이다.


물론 오늘날의 세상은 냉혹하고 무자비한 곳이기에 그까짓 한 순간의 오르가즘을 위해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건 어불성설로 느껴질 수 있다.

오르가즘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서다. 오르가즘은 자연스런 결과로 따라올 뿐이다.

생이 계속되는 한 나를 더 사랑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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