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여럿이 만나 즐거운 가을밤
여자와 남자를 화제 삼아
달빛 아래 흥겨울 때
누군가 고백했다
이제는 늙었다고
길었던 색정의 자취를
멀어진 고향처럼 서서히 망각해가는
그의 자괴가
나는 왠지 좋아졌다
맞잡으면 축축하게
땀이 배던 손에는 이제
억새밭 마른 노을이
바람 되어 불어오려나
계절마다 새롭게 피던 꿈에도
말 못하고 우두커니
성했다 시들었다
풍화된 눈빛 되도록
헐렁한 가죽만 남았을 테지
여관방에 든다 해도
성급히 옷 벗을 필요가 뭐 있을까
속옷까지 내려 봐도 보여줄 건
시큼하게 삭아버린 해묵은 욕망
냄새만 맡아도 웃음이 나겠지
나는 상상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남김없이
만져보는 궤적을
불거진 뼈를 더듬고
얇아진 살을 헤아릴 때
잠시 소름 돋았다 가라앉는 미련은
사라졌으므로
야하기는 또 얼마나 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