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일차 아기에게 쓰는 편지이자 일기
사랑하는 내 아가.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고 눈에 아른거리고, 하루 종일 안고 있어서 허리가 아파도 마냥 이 순간이 기쁘기만 한 요즘이야.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워.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느꼈던 허전함이 모두 채워지는 기분이 드는 걸 보며, 나는 어쩌면 너를 만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야. 너와 함께 할 수많은 시간들, 네가 커갈 순간순간들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또 한편으로는 언젠가 성인이 되어 떠나갈 네가 벌써부터 그립단다.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해서 매 순간을 음미하듯 지내고 있어.
너와 함께한 지 벌써 72일이야. 정말 순식간에 두 달이 훌쩍 지났단다. 너는 예정일보다 2주 일찍 태어났어. 엄마는 6일 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산후조리원은 14일을 예약해 두고 11일 만에 일찍 퇴소하게 되었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봐도 가장 큰 이유는 든든이였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산모의 몸으로 휘적휘적 신생아실로 가서 유리창에 달라붙어 너를 볼 때면. 다른 아가들과 나란히 신생아 침대에 누워있는 네가 너무 안쓰러웠단다. 너를 두고 침실로 돌아오는 길엔 항상 울었었어. 처음엔 그저 가벼운 산후우울증이 있어서 그렇겠거니 생각했지만, 몇 날 며칠이 지나도 너를 두고 침실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단다. 그래서 일찍 조리원을 퇴소하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 잠을 설치면서도 너와 함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
집으로 돌아와서는 산후도우미 선생님께 6주 동안(네가 60일 조금 지날 때까지) 도움을 받았어. 그때까지도 너는 3시간에 한 번씩 분유를 80~120ml씩 먹어야 했어서 엄마는 밤새 한두 시간씩 쪽잠을 자며 네 곁을 지켰단다. 그래서 밤에는 엄마가 너를 돌보고 낮에는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돌봐주었어. 다행히 지난주쯤부터 네가 밤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졌고, 엄마 아빠도 밤에 5~6시간씩 잘 수 있게 되었어. 얼마나 다행인지!! 다른 아가들은 밤에 통잠을 잔다는 100일의 기적을 기다리다 실패하기도 한다는데, 우리 든든이는 효녀라 엄마아빠 잠도 일찌감치 잘 재워주고 있어. 지금도 엄마 품에서 푹 잠든 너를 두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단다. 2주 전쯤까진 아직도 신생아 티를 못 벗고 있던 너였는데, 설에 할머니 댁에 다녀오고 나선 부쩍 "아기"가 된 요즘 든든이야. 분유 먹으며 엄마 눈을 잘 마주치기도 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엄마에게 어떤 사인을 주기도 해.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하루 종일 붙어있다 보니 든든이가 눈으로 하는 말을 엄마는 이제 제법 알아들을 수 있게 됐어. 그리고 든든이도 제법 엄마 말을 잘 알아듣고 있어. 엄마가 제때 안아주지 않아서 우리 아가가 심하게 울어버릴 때, 너를 품에 가득 감싸 안고 "아이구 그랬어? 엄마가 미안해." 하면 그 말을 알아들은 듯 울음이 잦아들어.
엄마는 요즘 기저귀 갈이대에서 너를 일으켜 앉히는 놀이를 해. 네가 양손으로 엄마의 손가락을 힘껏 쥐고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엄마는 너를 당겨 앉히지. 작은 네가 겨우 앉아 좌우로 휘청거리고 있노라면 엄마와 아빠는 너무 신나서 너를 잔뜩 칭찬해. 그러면 넌 그런 우리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세상 뿌듯한 표정을 짓는단다. 그리고 너에게 하나씩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면서 네 반응을 보기도 해. 요즘은 부채로 네 얼굴에 바람을 살짝 불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온 얼굴로 바람을 잔뜩 느끼며 놀라다가 바람이 잦아들면 기분이 좋다는 듯 싱긋 웃어. 그런 너를 보며 엄마가 더 즐거워서 지치지도 않고 하루에 몇 번씩 같은 놀이를 해주고 있어.
요즘은 네가 제법 혼자 잘 노는 시간이 늘어서 엄마에게 자유시간도 꽤 준단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도 혼자 잘 누워있는 너야. 덕분에 엄마는 밥도 먹고 각종 집안일을 후다닥 해치우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네가 안아달라 칭얼대고 울기 시작해. 얼른 달려가서 너를 품에 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 목덜미를 꼭 안고 울음을 그친단다.
크나큰 선물로 찾아온 내 아가.
너를 어떻게 예쁘게 키울까 아빠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우리는 너를 위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했어. 흔히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지만 고전적인 문구가 진리처럼 여겨지는 데에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엄마 아빠를 자연스레 모방하며 자랄 너를 생각해서 엄마아빠는 더 멋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거야.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우리 가족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자. 사랑해.
이 글은 2024년 2월에 일기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것으로, 새삼스레 꺼내와 브런치에 옮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