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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Aug 05. 2023

스팸처리 못하는 계륵같은 번호



도대체 대형 학원에서는 얼마나 많이 배우는지 궁금했다.

주변에서 너도 쟤도 다 하는데 우리 애만 안하는 선행이란 걸 어떻게 가르치는 건지 알고 싶었다. 

학습전략 설명회라고 하니 얼마나 뾰족한 방법을 제시할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1년 전 대형 학원 설명회에 참석했다. 

그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지역 학부모들이 모여있었다. 

작지 않은 강의실에 자리가 없어서 간이 의자를 들여야 했고 다들 수첩을 꺼내 메모하며 듣는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대단한 건 없었다.  

다행히도 그들의 호들갑에 난 넘어가지 않았다. 

꼭 입학테스트 접수를 하고 가라는 말도 가볍게 무시하고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불안을 부추긴 그들의 입김에 넘어가지 않았음을 스스로 칭찬하며 왠지 다시 만나지 않을 것 같다 생각했다. 

그런데 난 여적 그들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아이 이름과 학교 정보는 거짓으로 남겼다. 

학원 설명회를 하면서 왜 아이의 개인정보를 원하는가 하는 반감때문이였다. 

하지만 설명회 참석을 신청하고 확인 문자를 받기 위해서 내 번호는 정확해야 했다. 

덕분에 설명회에 다녀온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3~4일에 한번씩 문자가 들어온다. 

 

퍼펙트 썸머

완벽한 대입전략

수시합격 설명회

학습전략 설명회


이라는 광고와 함께. 





문자를 받으면 '또왔네' 하며 살짝 귀찮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메세지를 스킵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메시지와 함께 온 광고를 유심히 본다. 

혼잣말까지 해가면서.


아, 벌써 여름방학을 준비하는 구나
최상위권 학습 전략은 뭐가 다르려나
수준별 하이퀄리티 퍼팩트 교재로 공부하면 우리 아이도 달라지나
여름 방학 단기에 정말 수학 완성이 되나



정말 귀찮았다면 번호를 스팸처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필요하지도 않고 보내지도 않을거면서 난 번호를 차단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메시지가 들어오면 꼼꼼하게 읽고 나서야 닫는다. 



아들과 집공부를 하겠다고 까분지 5년차다. 

경시대회 상장 따위 없고 제 학년보다 몇학년씩 앞서가는 선행도 없다. 

그저 제 학년 학습에 뒤쳐지지 않게 하고 적당히 놀면서 크라고 집에서 시킨다. 

결심은 했으나 단단하지 못해 언제나 흔들린다. 

그래서 오늘도 계륵같은 학원 광고를 받아서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메시지를 열었다.  

읽고는 또 하릴없이 닫았다. 

아마도 계속 이럴게다. 

 




* 아이와의 집공부는 블로그에 기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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