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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8. 2023
아들 친구 엄마를 만난 후유증
레드썬 !
아들 친구 엄마들과의 교류가 활발한 편은 못됩니다.
일하는 엄마라는 제약과 새로운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성격 탓일 겁니다.
그럼에도 인연이 되어주는 감사한 분들과 종종 식사를 합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그런 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 학교 생활 이야기가 화두였어요.
아들은 학교 일들을 시시콜콜 전달해 주는 편이 아니라 몽땅 새로운 얘기뿐입니다.
귀가 코끼리처럼 커지고 물개 박수로 호응하며 이야기에 빠집니다.
이번 학년에는 체육 전담 선생님이 계시다는데 역시나 금시초문입니다.
매시간마다 스퀘트를 시키는 통에 아이 불만이 크다는데 아들은 관련된 이야기를 전혀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어느반 담임선생님이 무서운지, 어떤반 담임선생님이 꼼꼼하신지 품평회도 열립니다.
(아마 제 이야기도 어느 테이블 위에서 이렇게 오갈 테죠? ´▽` )
엄마들의 고민은 아이들 나이에 맞춰 새로워집니다.
사춘기, 첫 생리, 성교육, 스마트폰 사용 등을 대해 고민을 나눴습니다.
덕분에 바쁘다는 핑계로 나 몰라라 하던 걱정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방학에는 성교육도 꼭 받아야겠구나 싶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정말 소통이 어렵다는데 아이와의 대화에 더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역시 메인 디쉬는 아이들 학원과 사교육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초등 남매의 공부를 집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부분은 사교육을 받고 있지만 주는 계획을 세워 스스로 실천하고 공부하는 집공부가 베이스입니다.
엄마인 제가 하드캐리하는 경향이 크지만 5년 차가 된 요즘 그럭저럭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던 참입니다.
문제는 제가 귀가 얇습니다.
팔랑팔랑
줏대를 갖고 실천하던 집공부가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서 갈대 마냥 흔들립니다.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 선행학습 속도, 학원의 레벨 테스트받은 이야기, 커리큘럼이 좋다는 학원 정보 등을 듣게 되니 또 맥없이 나부끼네요.
꾀나 튼튼하던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교육 철학과 확신은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한술 더 떠 엄마의 집공부 개똥철학 때문에 아이가 뒤쳐지는 건 아닌지 불안에 휩싸입니다.
이 불편한 마음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발사됩니다.
이렇게 공부 대충 해서 뒤쳐지면 어쩌려고 해
이런 것도 틀리면 어떡하니
집에 돌아와서 불안을 발사합니다.
아들친구엄마들을 만나고 얻어온 불안을 잔소리로 환원해서 마구 던졌습니다.
레드썬 !
남편이 외칩니다.
의아하게 바라보니 이번에는 눈앞에서 박수를 칩니다.
정신 차려!
남편은 왜 갑자기 잔소리 폭격을 하는지 다 알고 있나 봅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말들을 담을 수 없었어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도리도리를 해봅니다.
그래, 정신 차리자.
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고,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고 헤매고, 해본 적이 없어서 시도조차 못하는 아이들을 매일 봅니다.
공부를 해봤다는 아이들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학습결손이 가득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효율적이면서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집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시험만 대비하는 죽은 공부가 아닌 배움이 자라는 유의미한 공부를 위해 집공부를 합니다.
스스로 공부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아이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많이 아는 아이가 아닌 많이 궁금한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원에 의존한 양치기 공부가 가져오는 폐허를 알기에 선택한 길입니다.
그런데 매번 이렇게 현실 앞에서 나약해집니다.
다짐하며 한 글자 한 글자 글을 작성합니다.
다독이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갑니다.
맞단다.
이게 맞는 거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