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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Aug 04. 2023

콩나물 사망 사건

한여름은 콩나물 기르지 맙시다



무엇이 되었든 알맞아야 한다.

과하거나 모자람이 있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


지금까지 전자제품을 사서 사용설명서를 읽어본 이력이 없는 자로 직접 눌러봐서 익숙해진 기능만 사용하는 편이다.

뭐든 꼼꼼하게 챙기지 않고 대충 감으로 행한다.

이번에도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하던 대로 대충대충 하 끝내 부엌이 좋지 않은 청국장 냄새에 점령당했다.

딸아이의 콩나물 관찰 일기는 비극으로 마무리되었다.


 


 


방학은 했고 아이와 뭐라의미 있는 활동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반년이나 묵혀두었던 콩나물 기르기 키트였다.

어디서 어떻게 얻어 내 손에 들어왔는지도 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것을 찾아내 아이를 소환했다.


(애미) 우리 콩나물 길러볼까?


(딸) 콩나물 기르면 먹을 수 있어? (초롱초롱) 응 빨리하자.


호기심 천국 따님은 콩나물 기르기가 재미난 놀이양 신나서 동참을 선언했다.

신선한 경험은 기본이요, 관찰 일지까지 작성하며 콩나물 기르기로 교육적 효과까지 뽑아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아이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1. 콩 8시간 불리기

2. 용기에 넣고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천으로 덮어주기

3. 하루에 4번 충분히 물 주기


이렇게 심플한 방법으로도 아이와 그럴듯한 활동도 하고 관찰일지까지 남길 생각에 시작부터 현명한 부모 역할을 해낸 거 같아 어깨뽕이 들어갔다.

이렇게 쉬운데 결과가 안 좋을 수 없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렇게 잘 키웠다.

이틀 동안은


충분히 콩을 불리고
빛을 차단하도록 덮어주고
넉넉히 물을 주며 길렀다
기특하게 물만 먹고도 싹이 났다
야심차게 시작한 관찰일지






(딸) 엄마 부엌에서 냄새나!


콩나물 기르기 3일 차 되던 날.

아침부터 6시간 가량을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온 때였다.

음쓰 냄새를 극혐 하는지라 조금이라도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면 즉시 처리했기 때문에 부엌에 냄새 발원지가 있을 리 없는데 어디선가 불쾌한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혹시나 하고 콩나물을 들여다보니 역시나였다. 더운 날 방치해 둔 게 문제였나 싶어 빨리 물을 주고 용기 밑으로 내려온 물받침도 깨끗이 닦아두고 소동을 마무리했다. 그런 줄 알았다.



이미 썩기 시작했거늘 눈감아버렸다.


콩나물 기르기 4일 차 되던 날.

날도 아침부터 도서관 문화 수업 → 줄넘기 특강 → 점심 외식 → 큰아이 태권도, 둘째영어 수업이 이어지면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낮 최고 기온 36℃를 찍은 살벌한 날이었다. 딸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콩콩이(딸은 뭐든 기르는 식물에 이름을 붙여준다)에게 물을 줘야 한다며 뛰었다. 렇게 종일 끔찍한 온도에 방치한 콩나물 검은 천을 걷어 순간, 딸아이는 물컵을 내려놓고 도망가버렸다.


(딸) 윽! 냄새


딸아이의 관찰일지 4일차, 제목은 '사망'



그렇게 콩나물 죽다.




(혹시 콩나물 기르기에 관심 있으시다면 보세요)

엽기적인 그녀 ost 'I Believe' 깔고


너무 더우면 안 됩니다. 15~20도 온도에서 잘 자라요.

그렇다고 너무 추워도 발아하지 않아요.

물을 좋아해요. 넉넉히 자주 주세요.

빛은 싫어해요. 궁금하다가 너무 들여다보면 퍼레집니다.

답답한 거 싫어해요. 시루에 콩을 한층 정도만 쌓으세요.

여름은 아닌 듯합니다. 봄가을에 도전해 보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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