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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Mar 20. 2023

용돈이 1,000% 인상되었습니다.

떡본 김에 경제 교육 들어갑니다.



사건의 시작은 남매의 이모가 쏘아 올린 불만의 공이었다.


(이모) 말도 안 돼. 용돈이 3,000원이 모야? 너네 빨리 엄마한테 용돈 올려달라고 해


설날 방문한 외갓집에서 남매의 이모가 아이들 용돈이 각각 3,000원(초4), 2,000원(초1)이라는 사실을 알고 용돈 인상을 요구하라고 아이들을 부추겼다.

용돈에 대해 불만이 없던 남매였는데 이모 말을 듣고 '내 용돈이 적었구나' 처음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사실 남매에게는 용돈이라는 것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원하는 물건은 각종 기념일에 선물로 받아 낸다.

학용품과 여타의 필요한 물품은 당연스럽게 부모가 챙겨준다.

먹고 싶은 간식은 사달라고 요청하면 재깍재깍 그들 앞에 놓이니 직접 돈을 들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간 용돈은 이벤트 같은 수준이었다.

덕분에 경제 개념도 꽝이었다.  





용돈 인상을 요구합니다.


그날 이후 남매는 용돈 인상을 요구했다.

'너네가 무슨 용돈이 필요해?'라고 말하려다가 맘을 고쳐먹고 이 기회를 잘 이용하기로 했다.


이때다.

경제 교육을 시작하자.

용돈 인상을 빌미로 경제 교육을 시도하고, 용돈을 직접 경영하며 경제 개념이 생기도록 할 참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용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쌓아야 하니 관련된 책을 읽을 것.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용돈이 필요한지 정리해서 적절한 용돈 금액을 제시할 것.


 

용돈 인상을 위해 아주 적극적인 남매입니다.


초5 아들이 작성해 온 예상 용돈 사용 내역서








현명한 소비를 경험해봐야 한다.


(아들) 할머니한테 받은 용돈으로 뭘 사지?


얼마 전 학급 부회장에 선출된 것을 축하하며 외할머니로부터 용돈을 받은 아들은 받은 용돈을 무엇으로 탕진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엄마) 받은 용돈은 물건을 사서 없애는 방법만 있을까? 돈은 저축할 수도 있고, 투자할 수도 있고, 기부할 수도 있어. 돈은 꼭 물건 구입과 같은 방법으로 없애야 하는 건 아니야?


당연히 돈이 생겼으니 써야겠다 생각하던 아들은 순간 주춤하며 '돈을 꼭 다 써야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대단히 당연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느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경제 개념이 더 부족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원하는 모든 것을 부모가 알아서 척척 대령하다 보니 굳이 용돈을 관리하고,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씀씀이를 커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돈을 벌고, 또는 모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지 못한다.

어려서 잘못 형성된 경제 개념은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바른 경제 개념을 바탕으로 용돈은 관리하는 경험이 필요한 이유다.



용돈은 올려주니 비슷한 일이 또 나타났다.  

분명 필요한 항목이 정해진 용돈을 받았음에도 아들은 매일 편의점과 동네 문구점을 들락거리며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사기 시작했다. 

물론 한두 번 간식을 사거나 재미로 카드를 한개 사는 건 괜찮지만 지켜본 결과 일주일 간 꾸준히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들은 참 신기하게 모든 흔적을 주머니에 구겨 넣어둔다. 덕분에 쉽게 그의 행적을 되짚을 수 있다.



우선 한 주간 지켜보고 주말에 아들에게 물었다.


(엄마) 2월 1일 받은 용돈은 얼마나 남았어?


(아들) 글쎄, 확인해 볼게. 어? 이거밖에 안 남았다고?


야심 차게 가까운 이들의 생일 선물과 본인이 갖고 싶은 게임팩을 사기 위해 요구한 용돈을 계획 없이 사용한 것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다.

물론 한 달에 4,000원의 간식 비용을 책정하긴 했지만 이미 지난 일주일 동안 두 배 이상 사용한 후였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큰돈을 소유하고 관리해 본 적이 없는 아들은 계획 없이 생각나는 대로 용돈을 쓰기만 한 것이다.  

용돈을 사용할 때에는 꼭 필요한 소비인지 생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이번 참에 알게 되었길 바라는 중이다.


 





직접 용돈을 벌어야겠다.


용돈에 연연하지 않던 남매는 갑자기 늘어난 용돈만큼 돈에 대한 욕심도 자라났는지 갑자기 집안일 아르바이트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는 직접 읽은 책의 영향이 컸다.

신발장 정리 100원, 널브러진 책 정리 10권에 300원, 수건 개고 정리하기 300원 등 항목을 정하고 매일 열심히 실천 중이다.

또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은 정리해서 당근마켓에 팔아달라는 기특한 생각도 했다.

(현실은 뭐든 험하게 갖고 놀아서 멀쩡하게 중고거래 할만한 장난감은 딱히 없었다.)


한참을 허리 숙여 책을 찾고 원래 있던 자리에 넣어두고 나면 300원을 받는다.

어제 자기 손바닥에 놓인 300원을 보며 딸아이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귀엽던지


(딸) 아, 돈 벌기 참 힘드네 !







용돈을 받고 저축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다행히 남매는 인상 후 받은 첫 용돈을 모두 탕진하지 않고 일정 금액을 남겼다.

그리고 두 번째 용돈을 받을 때부터 원래 계획대로 가족들의 생일 선물과 게임팩을 구입하려면 일정 부분을 저축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


 (아들) 엄마 2만원은 저축해죠. '3월 용돈'이라고 적어줘.


평소 아이들 명의의 통장에 입금할 때 '설날 세뱃돈', '○○삼촌용돈'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입금해 주었기에 이번에는 자기 스스로 저축하는 걸 기록하고 싶어서 '3월 용돈'이라고 표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저축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이자도 생기니 더 돈을 모을 수 있다고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용돈을 올려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경알못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에 욕심내면 안 되는 줄 알았고, 경제 공부를 해야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덕분에 힘들게 산다.


이번 용돈 인상으로 남매가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자라고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길 ...  •︠ˍ•︡




(제목사진출처:픽사베이)



* 시시콜콜한 집공부 이야기를 블로그에 남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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