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토요일에 움직이는 탈인형이 출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만나고 싶어서 박물관에 가자는 것이다.
2층 사유의 방에 만날 수 있는 반가사유상
엄마 (고작) 탈인형보러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자
가야지.
무려 자발적으로박물관에 가고 싶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출몰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귀여움 만랩 반가를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한참을 쫓아다녔다.
그리고는 하릴없이 돌아왔다.
탈인형 하나만 보려고 왕복 2시간 가까운 거리를 움직였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귀욤귀욤
숨어있던 반가 등장
초등 남매와 종종 박물관을 간다.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박물관 가는 일을 좋아한다.
왜 아이들은 박물관을 좋아할까?
사실 질문을 바꿔서 "어떻게 아이들이 박물관에 가고 싶어졌을까" 로 수정하는 것이 맞다.
꾸준히 실천한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박물관 가기 전 보고 싶은 유물(오늘은 탈인형이지만) 하나 정해서 그것만 제대로 보고 오는 것이 그것이다.
둘째 아이는 8살이 되던 작년에 처음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오빠는 뻔질나게 드나들었지만 역사에 흥미가 없는 둘째는 가봤자 지루할 거 같아서 데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오빠가 보던 학습 만화를 꺼내 보기 시작하더니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겨난 날이 있었다.
엄마 정말 이런 게 있어?
아이가 가장 먼저 역사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낸 것은 의외로 주먹도끼였다.
그런게 왜 궁금했는지 하는 내 생각 따위는 접어두고 조심스럽게 아이를 낚아채야 한다.
지금 보고 있는 주먹도끼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정말 있어. 가볼래?
8살 때 딸아이가 가장 보고 싶다고 말한 주먹도끼. 1층 선사고대관 첫번째 유물이다.
아이의 취향이니 존중하긴 하지만 왜 이게 보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박물관이 즐거워지는 요런 사진 꼭 찍어보시길
아이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아이의 첫 국립중앙박물관 방문이 결정됐다.
주먹도끼는 1층 선사 고대실 가장 첫 유물로 전시실로 들어가기도 전에 입구에 배치되어 있다.
아이는 그 앞에 한참을 서있었다.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컸고 책에 있던 것과 똑같아서 놀랐다고 한다.
그렇게 무심한 돌을 한참을 노려보더니 내뱉은 말은
집에 가자.
자기는 볼일 다 봤으니 가자는 것이다.
좋다.
가자.
오빠랑도 같이 왔으니 오빠 보고 싶은 것도 하나 더 보고 가자고 가볍게 대답해주었다.
슬금슬금 올라오는 욕심 따위는 삭제해야한다.
아니, 여기까지 오는 시간이 얼만데 그냥 가. 왔으니깐 구석구석 다 보고 가야지. 여기를 시작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다보고 저 건너 남북극시대 전시도 봐야지. 가져온 학습지 끄내서 공부하면서 메모하면서 꼼꼼하게 보란 말이야. (한번 보고 나서 분명 나중에 다 잊어버리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뽕을 뽑아.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질려버릴테지만) 왔을 때 꼼꼼하게 봐야지.
박물관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는 비법은 바로 엄마 욕심 삭제에 있다.
이것도 좀 봐라, 제대로 좀 봐라 하는 엄마이 욕심이 없으면 박물관은 꾀 재미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지나가던 전시안내로봇 큐아이도 신기하고, 커다란 게임기처럼 직접 다뤄볼 수 있는 책가도 영상도 즐겁다.
평소에도 좋아하던 인생네컷 (1층 전시관쪽 소품샵 내, 현금만 가능)까지 찍어주니 박물관 견학이 그저 즐거운 소풍이 된다.
엄마 여기 잼있다.
혹자는 당신은 가까이 살아서 자주 갈 수 있으니 여유롭게 즐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할 것이다.
지방에 가는 사람은 언감생심, 그림의 떡같은 말이라고.
한번 가기 힘든 곳이니 뽕을 뽑고 와야 한다고.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허나 나도 이곳이 내 구역은 아니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 살지만 집에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소요시간은 40분이다.
막히는 게 당연한 강변북로가 시원하게 뻥 뚫려있다는 전제가 필요한 시간이다.
좋지 않은 타이밍에 출발하면 두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름 맘 먹고 움직여야 하는 거리인거다.
중요한 건힘빼고 원하는 것 하나만 제대로 보자는 원칙은 꼭 이곳 박물관에만 적용되는 방법이 아니다.
초등 때 다녀온 수학 여행이 기억나는가?
중학교 2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에는 어떤 단원이 있었던가?
5년전 아이와 갔던 그 과학관에는 어떤 전시가 있었는지 기억하는가?
욕심껏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중해서 본다 한 들 그 기억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니 욕심내 봤자 의미가 없다.
그저 공간을 즐기도록 하자.
이는 아이와 학습에 도움이 되고자 가는 각종 박물관, 기념관, 미술관, 과학관 모두에서 적용되는 대원칙이다.
온 김에 모두 다 보고라는 뽕뽑기 식의 접근이 아닌 장기적 안목으로 박물관이나 과학관 같은 공간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박물관에서 보고 싶었던 주먹도끼를 직접 목도했을 때의 추억, 로봇 뒤를 따라 다니면서 신기했던 추억, 함께 찍은 인생 네컷의 추억이 있는 공간이라면 아이들은 이곳에 또 오고 싶을 것다.
다음에 아이들이 보고 싶은 건 백제금동대향로다.
다음엔 부여로 간다.
<박물관에 가고 싶어요> 라는 말이 아이에게 나오게 하려면 한번 시도해보세요
1. 학습 만화로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을 키워라.
2. 박물관 가기 전 꼭 보고 싶은 유물 하나를 고르게 하라.
3. 박물관에 재미있는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라.
(전시안내로봇 큐아이부터 만나기, 실감영상관 활용, 여름엔 바닥분수 시간 활용, 인생네컷 촬영 등 박물관 내 즐길거리가 생각보다 많다.)
4. 박물관에서 보고 싶어 했던 유물 하나만 제대로 보고, 나머지 전시에 미련을 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