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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Feb 27. 2023

은행 대출 VS 도서관 대출

도서관 대출에서만 느끼는 맛






대출(出)


돈이나 물건을 빌려준다는 뜻이다.

은행에서도 도서관에서도 모두 대출을 한다.

두 기관의 대출이라는 행위와 뜻은 같지만 실제 실행해 보면 도서관 대출은 은행의 것과 다른 맛이 있다. 


은행 대출에는 없는, 도서관 대출에는만 있는 다양한 맛 함께 맛보자.


  





1. 한도는 채워야 맛이다.  


우리 동네 도서관의 1인 최대 대출 권수는 20권이다.

(코로나 초기, 도서관이 임시 휴관에 들어갈 때에는 1인 40권까지 대출해 준 실로 놀랍게 통 큰 도서관이다.)

때문에 도서관에 갈 때는 튼튼한 북카트를 끌고 가서 양껏 채워온다.

은행 대출을 한도까지 채워 받으면 손이 떨리고 앞으로 수십년 갚을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질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 대출은 한도를 꽉꽉 채워도 부담 없고 오히려 뿌듯한 맛이 있다.

게다가 북카트를 꽉 채워서 (사진 찍기 위해) 예쁘게 정렬해서 기록해 두면 읽지도 않고 배부르다.  

허상일지라도.

 


한도 가득 대출할 수 있도록 돕는 내 북카트



 

2. 든든한 맛이 있다.  


(은행 대출이란 활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좋은 방법이겠으나 난 경알못이니) 은행 대출은 없어야 좋고 또는 적어야 좋다.

하지만 도서관 대출은 받아 놓기만 해도 든든하다.

도서관에서 양껏 대출해 온 책은 집에 있는 도서관 책바구니에 정리해 둔다.  

바구니를 가득 채우도록 대출하면 곡간을 채운 듯 든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 시선이 잘 머무는 곳에 정리해서 두고두고 읽는다.

잔뜩 빌려온 책은 절대 모두 읽고 반납하지 못한다.

눈인사만 하고 보내는 책들이 절반이 넘지만 대가 없는 대출이니 여유롭게 즐기고 반납한다.  

2주간 무상으로 든든하게 곡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 도서관 대출의 맛이다.


대출해 온 책을 도서관 바구니에 가득 담아놓으면 참으로 든든하다.




3. 돌려막기의 짜릿한 맛이 있다.


우리 집은 도서관을 2주에 한번씩 방문헤서 지난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대출한다.  

그러다 종종 게으름 때문에, 또는 주말 일정 때문에 2주를 넘기게 되면 연체가 되고 해당 카드는 대출 정지가 된다.

이럴 경우 대출카드 돌려 막기 전략을 구사한다.  

보통은 남매의 대출카드를 이용해서 20~40권 사이 책을 대출한다.

그런데 이 대출에 연체가 생기면 다음 대출에는 부모의 대출카드로 돌려 막는 것이다.  

금융 관련 돌려 막기를 시작하면 출구 없는 늪에 빠지게 되지만 도서관 대출 돌려 막기는 꾸준히 책을 공급받을 수 있는 꽤 괜찮은 편법이다.




4. 은행 대출의 연체는 마라맛, 도서관 대출의 연체는 순한맛이다.  


도서관 책은 공공의 것이니 연체를 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종종 늦어지게 된다.

그럴 때면 사서 선생님께 반납할 때의 뻘쭘함과 언제까지 대출이 제한된다는 안내에 뜨끔함만 참으면 연체에 대가는 끝이다.  

도서관 대출 연체는 이렇게 대체로 순한 맛이다.  

은행 대출을 연체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자가 붙었을 것이고 내 신용도가 깎이는 마라맛으로 되돌아왔을 것이다.

연체에 대한 처분이 약하다고 해서 공공자산을 내 맘대로 독식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저 태생이 게으러 종종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하고 일주일을 넘기기도 하지만 되도록 15일 대출 기간을 지키는 시민의 자세를 갖으려 애쓴다.  


 

 

 





감사하게도 우리 집 남매는 책 읽기를 즐긴다.

물론 이렇게 키우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엄마가 늘 읽었고, 읽어줬고, 같이 읽었다.

재미있는 책을 찾아 도서관과 서점을 자주 찾았다.

덕분에 남매에게  작은 마을 도서관은 익숙하고 친숙한 공간이다.  


앞으로 아이들도 도서관 대출의 다양한 맛을 경험하며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 시시콜콜한 집공부 이야기를 블로그에 남기고 있습니다. *


책 좋아하는 아이 만드는 책육아란?

책 좋아하는 아이 만들기 '책빨'이 8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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