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학교에서 배우는 중 아니야? 아직 안 배웠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데~ 친구들은 알고 있었어?
겨우 초등 2학년 아이, 당연히 수학 선행학습 따위는 하지 않았죠.
학교에서 배우고 나면 그보다 뒤에 복습용 문제집을 풀기는 하지만 앞서지는 않고 있습니다.
오늘 곱셉을 시작하는데 나만 모르잖아. 친구들을 다 알아. ○○이는 11단도 안대.
찬찬히 들어보니 초등 2학년 1학기 수학 6단원의 곱셈 단원이 시작되었고 구구단의 원리를 배우는 곱셈구구를 공부한 모양입니다.
선생님은 차분히 원리부터 설명해 주신 듯한데 자기 빼고 모두가 다 먼저 배운 것을 재빨리 대답을 하니 당황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수업 열심히 듣고 발표해서 칭찬받는 재미로 학교 다니는 아이인데 혼자 대답을 못하니 처음 경험하는 답답함이었을 겁니다.
자기만 뒤쳐지는 느낌이 싫어서 뾰로통한 마음을 안고 집에 와서는 엄마를 보자마자 설움이 터진 겁니다.
아이는 속상한데 저는 왜이리 이쁜지요.
잘하고 싶은데 혼자 대답을 못해서 속상해하는 아이가 기특하고, 또 삐죽 내민 입이 귀여웠습니다.
우선 속상한 아이를 달래주려고 꼬옥 안아줬습니다.
다음은 안심을 시켜야겠습니다.
무릎을 꿇어 아이와 눈을 마주합니다.
거짓 없이 진심으로 말하려는 거란다~ 하는 의미는 눈빛을 먼저 발사하며 눈맞춤을 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아가, 엄마가 딸이 학교가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면 벌써 미리 가르쳤지. 알자나~ 엄마 욕심 많은 거. 그런데 엄마는 우리 딸이 학교 가서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걸 듣고 충분히 배울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걱정이 하나도 안돼. 걱정이 안돼서 미리 가르쳐주지 않은 거야. 오늘 선생님 말씀을 빨리 대답은 못했지만 이해는 했지? (따님 :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응') 거봐. 우리 딸 이렇게 잘할 건데 뭐 하러 앞서 공부하느라고 학원 가서 따로 공부하겠어. 그 시간에 충분히 놀아야지. 안 놀고 학원 가서 미리 공부하고 싶어?
어느새 아이 눈물은 쏙 들어갔고 학원에 안 가고 싶다는 마음을 격한 도리도리로 표현합니다.
충분히 마음이 진정된 것 같으니 재빨리 다음 스텝으로 이어 갑니다.
사실 학교 공부에서 자기 효능감은 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자기 자신이 학업 또는 과업을 내 능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난 뭐든 할 수 있어" 하는 마음인거죠.
학년이 올라가서 아이들은 점점 어려운 학습 과제들과 마주합니다.
이때 자기 효능감이 높은 아이들은 어려워도 '난 할 수 있어' 라는 마법이 주문 덕분에 까다롭고,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해내려고 노력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노력 덕분에 당연히 좋은 결과가 따라옵니다.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어서 성취한 게 아닙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있는 태도가 노력하는 행동을 만들고 이는 긍정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는 일이 무척 중요합니다.
앞서 딸아이가 구구단을 몰라 눈물을 흘렸을 때 먼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나서 '엄마는 우리 딸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라는 말은 건넨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엄마는 네가 사전 도움 없이도 충분히 해낼 거라고 믿기 때문에 예습을 하지 않은것이고 실제로 너는 학교 수업만으로 잘 이해했지 않으냐 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는 겁니다.
넌 충분히 할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늘 강조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자기 효능감이 높은 아이를 만들기 위해 꼭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실제 할 수 있는 기본 능력 탑재 !
요즘 부모님 칭찬은 누구나 GOOD JOB 입니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고래는 물론 상어도 춤추게 할 만큼 칭찬은 잘합니다.
그런데 이 칭찬이 좀 과합니다. 남발되고 있습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렸다고 해볼게요.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졸라맨으로 축구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자기 그림을 보여주면 부모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합니다.
(졸라맨과 축구공뿐이어도)표현력이 좋다, 색감이 좋다(연필로 그렸답니다), (실제로는 여백의 미가 보이지만) 완성도 있다, 심지어 그림에 소질 있다며 세상의 모든 칭찬을 그림에 가져옵니다.
이런 무차별적인 칭찬이 영유아기에는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학령기로 접어들게 되면칭찬의 남발보다는 진짜 할 수 있는 능력을 탑재시켜 주는 것이 자기 효능감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초등 저학년을 지나 고학년까지 계속 졸라맨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 학교에서 어떤 상황과 마주할까요?
부모님과 동일한 수준의 무한정 칭찬을 받을까요?
선생님께서는 다시 그리라고 하거나 또는 좋은 평가를 내려주지 않으실 겁니다.
주변 친구들도 아이 그림을 이러쿵저러쿵 한 마디씩 할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와 다른 평가에 아이는 혼란스러울 것이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막상 하는 방법과 능력이 없어서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무의미한 칭찬 퍼주기보다는 해낼 수 있는 능력, 충분한 훈련, 실전 연습을 시켜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령기에 접어들 때부터는 칭찬을 하되 아이가 적절한 수준의 과업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세요.
교과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읽기 능력, 남들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과제를 할 수 있는 연산 능력,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말하고 표현하는 발표력 등 학교 생활에 꼭 필요한 능력을 있어야 합니다.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탑재하고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뭐든 긍정적으로 참여하고 남보다 노력하면서 결국에 더 좋은 성과를 얻게 되는 겁니다.
주말 동안 딸아이와 구구단 게임을 열심히 했습니다.
좋아하는 넘버블럭스에 나오는 곱셈구구 영상을 같이 보기도 했고요.
오래간만에 수 계산이 들어있는 보드게임이 모조리 꺼내서 놀아줬습니다.
결과는 어제 오늘 학교에서 구구단에 통과를 뜻하는 스티커를 5단까지 받아오셨어요.
엄마 나 이제 구구단 마스터했어. 5단까지
사실 아이는 아직 구구단을 던져주면 눈알을 반바퀴쯤 굴리야 답을 합니다.
하지만 원리를 정확히 알고 있고 시간만 있으면 난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