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토를 묻히고 다닌 건 아니고 따듯한 스팀 타월로 머리카락을 한올한올 엄청나게 닦아낸 상태였다. 믿어주시라. 나에게 토 냄새는 나지 않았다 (... 굳이 확인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심하게 초췌했음은 인정한다.)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마을이라 손님 대부분이 러시아 인이었다.
씻고 사람 된 기념으로 셀카 박는 중
스테판츠민다(카즈베기) 룸스 호텔, 다시 가도 룸스이어야 하는 3가지
우리 여행 중 가장 힘주었던 숙소가 스테판츠민다 룸스 호텔이다.
당시(2019년) 하루 숙박료가 우리 돈 18만원 정도. 수도 트빌리시에서 에어비앤비와 호텔에 묶었을 때 우리 돈 4~5만 원 선이면 꽤 괜찮은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룸스가 비싸긴 하다.
그래서 스테판츠민다에 대해 검색하면 룸스 숙박에 대한 가성비 갑론을박이 꽤 많다.
룸스의 큰 자랑은 호텔 로비 테라스에서 보이는 카즈베기 마운틴 뷰. 그런데이 뷰는 호텔 식사 정도만 이용해도 누릴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주변 게스트하우스에 묶고 식당을 이용하고 호텔 뷰를 누리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다. (최근 숙박손님만 테라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곳에 2박을 선택했고, 탁월했다.
다시 가도 룸스이어야 하는 3가지
1. 음식이 훌륭하다.
룸스에서 모든 식사는 완벽했다.
출발한 지 35시간이 흘러 룸스에서 첫 식사
여정의 피곤함을 와인 한잔과 만찬으로 보상받았다.
처음 맛본 조지아 전통음식 하차푸리는 이후 매일 먹었을 만큼 우리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식당마다 특색이 있어서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던 하차푸리
출발부터 첫 휴식까지 35시간이 걸린 여독을 풀어준 와인의 맛도 잊지 못한다.
(이후 우리는 매일 조지아 와인을 실컷 맛보았다.)
유난히 조지아 감자튀김은 맛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만나는 흔한 음식이지만 포슬포슬함이 남달랐던 조지아 감자튀김.
드레싱과 신선한 토마토가 어울렸던 샐러드
따근하고 고소하게 우리 속을 달래주었던 버섯슈트까지 우리에게 조지아에 잘 왔다가 환영해주었다.
조지아식 샐러드 / 조지아 전통음식 하차푸리
진짜 맛있었던 버섯슈트/ 룸스 클럽샌드위치
우리를 위해 치얼스
룸스 조식, 칭찬합니다
이 눈 덮인 산중에서 신선한 과일을 한가득이다.
갓 구운 빵은 향기롭기까지 하다.
각종 견과류,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스크램블 에그까지 날 위해 차려진 만찬에 행복하다.
치즈와 요거트가 빠지면 안 된다.
조지아 소는 방목으로 자라 스트레스가 없어서 유제품이 맛있다는 썰이 있을 정도로 정말 맛있다.
눈으로 먹고 싶은 조지아 치즈
신선한 과일을 어찌나 정갈하게 잘라서 주시는지
갓구운 빵 완전 딜리셔스/ 요거트에 달달한 견과류 듬뿍
맛있다 (눈으로 또 먹었습니다)
다시 가도 룸스이어야 하는 3가지
2. 독점 가능한 수영장과 사우나
아침 6시 오픈하는 수영장에 갔더니 직원보다 우리가 먼저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사진도 실컷 찍고 신나게 수영도 즐길 수 있다.
수영장 전면창으로 카즈베기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어둠 속에 묻혀있던 카즈베기가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독점 관람했다.
새벽 6시.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직원보다 먼저 도착해서 수영장을 전세 냈다.
조금씩 창밖이 밝아지고 카즈베기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법 환해진 수영장. 우리가 퇴장할 때까지 아무도 이용객이 없었다. 이틀 모두
러시아식 사우나
스테판츠민다는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지역이다. 스테판츠민다라는 원래 이름보다 더 많이 알려진 이름인 카즈베기는 러시아식 명칭이다. 관광객도 상당수가 러시아에서 들어올 만큼 교류가 많다. (이번에 러시아에 전쟁으로 인해 부분적 동원령이 내려졌을 때도 많은 러시아인들이 걸어서 조지아 국경을 넘어오기도 했다.)
이곳에 설치된 러시아식 사우나를 즐겨본다. 원래 러시아에서는 사우나 후 냉탕에 들어가기를 반복한다는데 우리는 사우나 후 바로 겨울 찬공기를 맞고 오는 방법으로 즐겼다.
달궈진 돌에 물을 부어 증기를 만들어냈다. 돌에 물이 닿으면 순식간에 증기로 변하는 모습이 신기해서 연신 물을 부어봤다. 사우나로 몸이 달궈지면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몸을 두들기는데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즐거워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펜싱 마스터>에 러시아식 사우나 장면을 묘사한 구절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나는 놀라 그대로 서있었다. 마치 메피스토펠레스가 나를 마녀들의 파티에 데려온 것 같았다. 내 눈이 믿기지 않았다. 남자,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 할 것 없이 300명이 넘는 사람이 홀랑 벗은 채 나뭇가지 묶음으로 서로 두드리고 있지 않은가. 고래고래 지르는 고함 소리와 소란스러움이란...
다시 가도 룸스이어야 하는 3가지
3. 룸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카즈베기산과 게르게티 성당
낮에 테라스에서 볼 수 있는 카즈베기산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이른 아침과 저녁에 보는 모습은 또 색다르다.
5000m가 넘는 웅장한 카즈배기산이 아침 첫 햇살을 받아 정상 부근만 붉게 물들었을 때는 나는 경건해졌다.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 무렵 마을의 등이 하나씩 켜지는 시간의 카즈베기산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았다.
아침 첫 햇살이 비치는 카츠베기산
룸스에서 보이는 저녁 마운틴 뷰. 산 아래 스테판츠민다. 게르게티 성당에서 불빛이 밝혀져있다.
사실 스테판츠민다를 찾은 가장 큰 이유는 게르게티 성당을 가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평범한 운동화를 신고 무릎 높이까지 쌓인 산길을 뚫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아쉬웠는데 호텔 로비 망원경으로 아스라히라도 볼 수 있었다.
호텔 로비에 있는 망원경으로 바라본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인 성 삼위일체 성당(Gergeti Trinity Church)
워낙 추운 시기라 이 테라스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쉽다. 푸른 카즈베기를 보러 다시 오겠다 다짐했다.
왜 매번 사진마다 눈을 감고 있는건지...
조지아 입국 전부터 토 테러를 당하고 눈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룸스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