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2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인사이트 아웃2를 보고 왔습니다. 

1편을 보고 또 봤던 초등 남매가 아주 만족하며 재미있게 영화 봤습니다.  

반면 엄마인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네요. 

반성했습니다.

뜨끔했거든요. 

영화 내용의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셨고, 그래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이 읽어주세요.

영화를 보실 계획이 있다면 다음에 다시 만나요.  

(영화의 모든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면 짧지만 쿠키영상이 숨어있습니다. 꼭 보고 보세요 '◡' )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와 함께 시작합니다. 

사춘기 경보가 울리기 전까지 말이죠. 

갑작스러운 사춘기의 싸이렌이 울리고 낯선 감성인  '불안이, 부럽이, 따분이, 당황이'가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잘 지낸 것 같던 감정들은 혼란 속에 세력 다툼이 생겨납니다. 

감정들의 다툼 속에서 사춘기 라일리에게 중요한 긍정으로 똘똘 뭉친 자아가 기억의 저편으로 버려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곧바로 1편의 주요 감정들 마저 본부에서 쫓겨나게 되죠.  

2편은 전편과 서사 구조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기쁨이와 친구들이 본부로 돌아오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엄마 아빠의 자랑이야, 나는 친절해, 난 좋은 사람이야'라는 라일리의 긍정 범벅 자아를 찾아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내내 기쁨이와 친구들이 빨리 기존의 자아를 찾아 본부로 돌아가기를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갈 무렵이 돼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라일리의 긍정 범벅 자아를 찾아왔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기쁨이는 1편에서 슬픔이는 부정했던 것처럼, 자아상에 있어서도 애써 부정적인 감정을 외면하고 있던 겁니다.  

1편에서 기쁨이가 슬픔이를 밀어내고, 부정하는 사이 라일리가 힘들어했음을 보면서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도 인정해 줘야겠구나 배웠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현실에서는 가능하면 마른 길로 가도록 아이를 유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실패와 같은 불편한 감정을 겪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어쩌면 '성장'을 위해 꼭 지나야 하는 관문인데 의도적으로 생략하게 만들어버린 겁니다. 

혹여나 아이가 실패를 겪으면 위로해 주되 어서 빨리 그 감정에서 벗어나길, 그리고 잊어버리길 바랐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실패 경험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만들려고 노력한 게 바로 저였네요.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는 제 생각에 맞춰 늘 아이에게  '넌 착한 아이야, 순수하고 맑은 아이야, 노력하는 성실한 아이야'라고 외쳤던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 아니었을까 더럭 겁이 납니다. 

 

우리는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정할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의 자아상은 아이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부모는 양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자아상마저도 재단하고 있었구나 뜨끔했던 겁니다. 

 

영화를 보며 결심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사랑하겠노라고. 

실패를 경험한 아이도,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방황하는 아이도, 까칠한 아이도, 돌변해서 친절한 아이도 모두 내 아이의 모습이라고 받아들이자 마음먹었습니다. 

그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충분히 자기 자신을 탐색할 수 있도록 아이 곁에서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부모의 몫입니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상을 만드는 건 온건히 아이의 몫이고요.  

불안이가 말합니다. 

"이제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가 중요해. "

저는 고쳐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모에게 중요하지 않아.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탐색하고 고민해서 아이가 자아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해. 부모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뿐이야. "

자아상이란 앞으로 아이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겁니다. 

살아가는 매 순간이 결정입니다. 

자아상은 순간순간마다 무엇이 옳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는 기준이 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신념이 되어줄 자아상이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부모는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을 볼 때마다 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1편에서는 '내 아이에게는 어떤 성격섬이 있을까'가 궁금했답니다.

2편을 보고 나서는 '앞으로 내 아이의 자아는 어떻게 단단하게 뿌리내릴까'가 궁금합니다. 

궁금하지만 그저 아이 스스로 경험하고, 이겨내고, 혼란을 겪어가면서 성장하기를 지켜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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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인사이드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