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은 20년차 교사지만 혼자서는 급식실 안 갑니다.
프로 소심러는 다수 속에서 혼자 우두커니가 어렵습니다.
뻘쭘함에 대한 불편이 배고픔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한때는 성격 개조를 목표로 내향성을 극복해 보고자 노력했지만 어렵더군요.
괜히 기질이 아닙니다.
타고난 걸 어쩌겠어요.
그럭저럭 익숙해져서 지낼 만합니다.
혼자 낯선 지역으로 연수를 온 첫날.
프로소심러에게 자리 선정부터 난항입니다.
이미 반쯤 자리가 찼습니다.
2명 자리에 앉자니 너무 뒤쪽이라 잘 보이지 않겠고, 가운데 세 명자리 앉자니 혼자 공간을 많이 쓰는 듯해서 부담됩니다.
어쩔 수 없이 연수 목적 달성을 위해 가운데 세명자리에 앉았습니다.
가운데는 비워지고 나중에 오신 분과 끝자리를 셰어 하며 눈인사만.
동무 없이 종일 혼자 연수 듣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식사.
점심을 주변 식당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직장인들이 많아 기다림이 있을 거라고 안내해 주십니다.
우려했던 혼밥 타임이 주어졌습니다.
간단한 샌드위치 정도 제공되려나 은근 기대했던 마음이 어딜 가야 하나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빠르게 옮겨갑니다.
우선 연수 장소를 최대한 벗어나기 위해 직진으로 걸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식사하는 다른 연수 참자가와 나란히 앉는 건 부담스러웠습니다.
당연히 오늘 연수 이야기를 할 텐데 나도 모르게 엿듣게 될까 걱정도 되었고요.
아침에 오면서 눈여겨봤던 이자까야가 점심 특선도 되네요.
용기 내어 들어갔는데, OMG
4인석 테이블뿐입니다.
망설이며 입구에서 발을 떼지 못하니 사장님께서 혼자시냐~ 괜찮다~해주셔서 부담을 덜고 구석 자리에 자리 잡았습니다
식사 시간은 20분이 소요되었답니다.
혼자 먹으면서 눈치 안 보고 음식맛 느끼며 천천히 먹으려 노력했습니다.
스마트폰 영상에 시선 뺏기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떠도는 상념들을 글로 쓰기 위해 메모하기를 벗 삼아 외롭지 않았답니다.
잘 먹겠습니다 푸딩 후식까지 야무지게
위풍당당 혼밥을 끝내고 나니 왠지 한 뼘 성장한 기분입니다.
프로소심러에게는 큰 족적이었답니다.
자신감이 붙어서 두 번째 혼밥을 이어갑니다.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