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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Aug 12. 2024

좋겠다, 내 남편이 아빠라서



종종은 좋았으나, 대체로 힘든 사람

굳이 존재하기보다, 차라리 없어도 괜찮은 사람

제게 아빠란 그런 존재였습니다.


이런 마음을 품고 사는 건 무척 서글픕니다.  

나를 있게 한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니 죄스럽고, 스스로 욕됩니다.

자라는 내내 아빠라는 존재는 제게 이 같은 혼란을 야기하는 불편한 존재였습니다.






지금 집에도 아빠가 있습니다.

바로 제 남편.  

장기간 연애하다 나이가 차오르니 순차적으로 결혼했습니다.

그가 부모가 되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기대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아빠란 존재에 대한 기준이 낮은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편은 한결같이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스타일이었답니다.

생선을 발라서 아이 밥그릇에 놓아주고 아이가 오물오물 먹으면 그걸로 행복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았을 때,

아빠랑 노는 남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켜보고 있으니 괜스레 눈가에 행복이 차오릅니다.


남매에게는 '아빠'라는 단어가 따듯하고 포근합니다.

언제든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울타리입니다.


남매에게는 제가 지녔던 그늘이 없습니다.

티끌 없이 맑게 남매가 자라도록 존재해 주는 사람, 아빠가 있기에.

그래서 부러웠습니다.


좋겠다, 내 남편이 아빠라서
 

그리고 고마워, 내 아이들의 아빠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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