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서점에 출간 되는 일정은 12월 12일(목)입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 (어쩌면 일지라도) 출간 과정이 일상의 분주함과 맞물려 돌아가면 정신줄 놓기 딱 좋게 휘몰아친다.
본디 1학기보다 2학기가 바쁘다.
어쩌다 보니 내 업무가 아니었던 수능업무를 나눠 맡아서 대수능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서니 고입이라는 또 다른 고개가 찾아왔다.
3개 학년에 걸쳐 각기 다른 3개 과목의 시험 문제 출제, 수업 준비, 수행평가, 채점과 다시 채점으로 이어지는 일정은 나열하면서도 숨이 찰 지경이다.
학교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집에서는 남매의 집공부를 함께하고, 밤잠을 줄여 교정 작업을 하며 보내는 동안 가을이 스쳤다.
학교 담벼락에서 가을을 본다 유난히 쨍하던 날, 학교
오늘은 공식적으로 43살이 되는 뜻깊은 날이자 야근이 예정된 날.
그래도 급한 성격 탓에 언제나 한 템포 빠른 친정 엄마가 생일날 먹으라고 음식을 준비해 주신 덕분에 아침에 미역국 한사발에 갈비까지 야무지게 먹고 출근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일이 꼬였다.
차키를 가져오지 않아서 지하주차장에서 21층 집까지 다시 올라갔다 오는 동안 시간이 많이 지체돼서 결국 지각을 하고야 말았다.
망할.
내 자리로 말할 거 같으면 뒤통수에 교감선생님, 좌측에 교무부장님을 모시는 그야말로 명당 중 명당이다.
티 안내고 출근할 수 없는 포지셔닝인데 지각이라니.
그것도 생일날.
인상쓰면 속도가 더 나올 것 처럼 잔뜩 얼굴을 구겨하며 운전해서 겨우 학교에 도착했다.
교무실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그 중 사용 빈도가 적은 (그러나 교감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는, 그럼에도 내 자리까지 단거리 주파가 가능한) 문으로 한껏 굽신거리는 자세로 착석하려 하는데,
들어가서 보니 반대편 문쪽에 있는 큰 테이블에 교무실 모든 선생님이 동그랗게 모여계시는 게 아닌가.
그 문을 열고 들어왔다면 모두와 아이컨택할 뻔 했으니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덕분에 아무도 내가 지각하는 모습을 못 봤으니, 럭키비키
친한 선생님이 눈치껏 손짓으로만 빨리 이쪽으로 오라는 하셔서 가까이 가보니 가운데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설마 내 생일을 알고 축하해 주....?' 하는 생각이 마무리되기 전에 생일 축하 노래가 시작됐다.
나를 구석에 세워둔 채로
사랑하는 교감선생님
생일 축하 합니다.
교감선생님이 나랑 생일이 같았구나.
설레발쳤으면 낭패볼 뻔했다.
또한번의 럭키비키
조용히 함께 박수치며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사랑하는 유선화, 너도 생일 축하한단다. '
ㅋ
지난주 치러진 수능 시험을 뉴스에 나오지 않고 치러냈음을 감사하며 오늘은 내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입설명회가 있다.
생일날 야근 당첨.
40을 훌쩍 넘어졌음에도 생일은 특별하거늘, 외식은커녕 저녁으로 김밥 한 줄 먹고 서둘러 새로운 학생과 학부모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괜찮은 척.
시크하게.
띵똥
생선이 왔어요
출판사에서 책 인쇄 감리를 갔다가 표지와 본문 실물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주셨다.
야호.
진짜 책이 나오는구나.
인쇄기에서 촥촥 나오는 내 책의 영롱한 모습이라니.
이러면 야근도 즐겁잖아요 ˘◡˘
첫책 출간 인쇄물을 접하니 기분이 째진다.
마흔 중턱에 이보다 좋은 생일 선물이 있을까?
수년간 애써서 포스팅하고, 올해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나오는 내 책.
내가 내게 주는 최고의 생일 선물이다.
애썼다.
고생했다.
해냈다 유선화.
그리고 생일 축하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