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님이 말하는 '글 쓰는 사람'은 세상 곳곳에 감춰져 미처 전달되지 못한 이야기를 광장으로 전달하는 숭고한 역할도 포함되어 있었다.
진심 멋있다. ('◡') b
나도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나의 글쓰기는 얄팍한 의도를 지닌다.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삶도 살아보고 싶어서 글을 쓴다.
(절대 은유님의 글쓰기와 비교될 수 없어서 글이라 말하기도 겸연쩍다. '끄적이는 사람'이라 해야 할 듯)
글을 써서 책을 출판하는 작가가 될 거다. (그래야 날 작가님이라고 불러줄 테니깐)
이제 고작 브런치에서 글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지 보름 정도 지났을 뿐이데 꿈은 화려하다.
브런치에 글 10편 남짓을 발행했다고 진짜 작가가 된 것이 아님을 안다.
목표를 갖고 나아가는 것은 내 자유니깐 마음껏 멀리까지 내 꿈을 나아가게 두는 것이다.
작가님이라고 불려보고 싶어서 출판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이 글은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다짐이다.
작가님이라고 불리고 싶은 이유가 있긴 하다.
작가님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내 삶의 영역을 새로운 곳으로 뻗어내고 싶다.(월급이 쥐꼬리만큼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도가 높은 나지만 그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밋밋함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지금처럼내 인생을 '학교 - 집'만 오가면 끝날 것 같아 두렵다. 아직 끝을 논하기에 젊겠지만 지금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정년까지 남은 20년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은퇴했다고 다를까? 교사 생활 40년쯤 한 꼬장꼬장함으로 학교 밖을 나서봤자 사회생활 아마추어로 노년기에 접어들 것이 빤하다.
지금 내 삶은 민짜다. 아무 꾸밈이 없다. 글을 쓰며 내 삶을 찬찬히 살피고 하나하나 의미를 새겨 넣을 것이다. 민짜에 무늬를 넣어줄거다.
그래서 민짜 삶에 글무늬를 넣기로 했다.
내 삶에 무늬를 넣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택했다
글쓰기가 제일 만만해 보였다.
돈이 들지 않으니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딱히 기술도 필요 없어 보였다. 타닥타닥 거리면 글이 뿅뿅 나올 거 같았다.
게다가 난 어릴 때부터 끄적이는 걸 좋아한다.
학창 시절 글을 써서 몇 번 상이란 걸 받아본 경험도 있으니 어쩌면 실력도 있을 것 같았다.
허나,
글쓰기는 절대 만만치 않다.
글이 상품이 되어 누군가에게 읽히고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내 글을 서툴고 초라했다.
몇 날 며칠을 매달려도 짧은 한토막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겨우 몇번 타닥타닥 두들긴 것도 모두 빽key 몇 번으로 사라져버렸다.
나름 인고의 과정을 겪어내고 써낸 글을 다시 마주하면 부끄럽고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사실 내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다는 건 이미 수년 전 브런치 작가 신청에서 물 먹었을 때 알았다.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처음 알게 된 3년 전쯤 준비도 없이 덥석 자기소개와 글을 몇 개 적어 신청을 했었다. 글을 제법 쓴다고 착각하던 시절이니 준비 따위는 필요 없었다. 대차게 차이고 외면하고 있었다. 흥칫뿡 나도 안할거다 !
내가 까이던 날. 2020년 초여름. 부득이하게 모시지 못할 만큼 형편없던 때였다. (현재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하지만 돌고 돌아 다시 글쓰기 앞이다.
다시 브런치에 문을 두들겼고 이번에는 환영받았다.
그리고 그간 쌓아왔던 이야기를 몇 가지 풀어놓는 것만으로 내 민짜 삶은 제법 무늬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