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온다
휘파람을 잘 부는 사람이 좋아. 뜬금없는 말에 앓는 날이 있었다. 새벽 내내 입이 부르트도록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서는 새된 바람을 불었다. 픽-픽- 힘빠진 풍선마냥 파들거리는 입술이 원망스러워 맵게 입술을 때렸다. 휘파람 하나 제대로 못 부니. 거친 파열음에 놀라 문을 연 어매의 앞에서 머쓱히 손을 저어내고는 그만 침대에 누웠다.
얼얼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잠든 그 밤의 꿈에는 목이 달아난 새들이 날았다. 보드라운 깃털이 뺨을 스칠 때마다 시린 상처가 남았다. 소리는 하나 없는 하늘인데도 시끄러웠다. 나는 내 목을 둘러 안았다. 팔이 저려올 때쯤에 푸른 소리가 번개처럼 떨어졌다. 소리를 따라 허물어진 하늘 밑으로 머리 없는 새들이 비처럼 떨어졌다. 나는 철퍽이는 땅을 밟으며 뛰었다. 땅인 줄 알았던 것이 한순간에 입을 쩌억 벌리고 발목을 물었다. 나는 땅에서 주운 새의 머리를 어깨에 얹고 벌어진 아가리 속으로 몸을 던졌다.
어느 순간 아침이 된 것을 알았다. 접혀 있던 아침이 꾸물꾸물 제 자리를 찾았다. 나는 그 아래에서 몸을 일으켰다. 간밤의 소란은 묽어져 발밑으로 흩어졌다. 무릎을 통통 두들기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입술을 모았다. 모인 입술에서는 새소리가 났다. 휘리릭, 피리리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