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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Nov 02. 2023

추나와 갈비뼈 골절, 그리고 하법(下法) - 1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좌골신경통을 주소로 한 환자의 치료를 위해 추나 교정을 하던 중이었다.


일반적인 흉추부 COX 동작을 하던 중 중년의 여성 환자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좌측 가슴을 감싼 채로 환자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는데 조금의 시간을 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통증을 살피니 체위를 변경하거나 호흡 시에도 별다른 불편감은 없었다.


다만 5번 늑연골 부위를 가볍게 압진했을 때 통증 호소가 있어 약침과 부항 치료를 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


이틀 뒤 환자는 더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이제는 힘을 주는 모든 동작, 호흡 시에도 통증이 나타났고 다음날에도 큰 호전은 없었다.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했음에도 매번 보는 근육 염좌의 호전 경과가 나타나지 않자 불안했다.


추나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이것이 말로만 듣던 늑골 골절인 것일까.


-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골절이 아니라는 여러 사인이 있었다.


외상 후 통증 양상이 48시간에서 72시간이면 조금 더 심해지는 경향성, 애초에 흉추부 COX의 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것과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 날카로운 통증 양상 없이 통증 범위가 다소 넓고 국소 부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근거가 된다.


하지만 당시는 그저 마음 편히 골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그런 가능성을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은 내가 가진 모든 신념에 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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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발생하고 3일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처음 느꼈던 통증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의 통증이 유지되고 있어 많이 불편하시죠? 일시적인 충격으로 인해 근육 통증이 유발된 경우, 48시간에서 길게는 72시간까지 근육 긴장이 풀리며 오히려 처음 통증보다 불편감이 강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오늘 이후로 통증이 서서히 풀리는 게 일반적이고, 근육 염좌인 경우 한번 치료할 때마다 20%씩 호전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조금 더 증상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염려하시는 대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의 수는 늑골 골절이 되겠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커 보여요. 내일모레 내원하시면 증상 꼼꼼히 체크하고 다시 한번 안내드릴 테니 너무 걱정 마시고 이틀 동안 무리해서 힘쓰는 동작만 하지 말아 주세요."


-


경험 부재로 인한 불안은 온몸으로 부딪혀 알아내는 수밖에 없고 정직은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상황이 불안한데 주치의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무책임한 행동이 없으니.


하지만 나 역시 꽤 걱정 가득한 이틀을 보내고 환자를 마주했다.


23. 10. 28. 하늘 공원


(글은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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