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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Nov 07. 2023

눈은 진실로 마음의 창

별일 없는 날이다. 조금 무기력하고 쳐지는, 그래서 그 감정에게 대체 연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은.


10시에 진료를 시작하면 언제나 완벽하게 세팅된 외양과 내면으로 환자들을 맞이하고 싶지만


실상은 10분 전 빈속에 커피를 때려 넣으며 '정신 차려 오늘도 실전이다' 주문 외는 게 일상이다.


나오지 않은 커피를 기다리며 때이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 실내를 돌아보다, 이런.


한의사로 맞는 6번째 크리스마스인데 나는 아직도 이런 본 중의 기본이 어렵다.


-


때는 이제 막 임상에 나왔을 때, 갑자기 멀쩡하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출근 전 이비인후과를 찾은 적이 있다.


급한 대로 8시 반에 시작하는 병원에 가 진료를 보는데 그때 마주했던 선생님과의 경험이 오랜 잔상으로 남았다.


특히 선생님의 눈빛은 숨 가쁘게 꾸며무엇이 아니었고 이것은 안일한 내 일상에 도끼가 되었다.


이러저러한 잡다한 생각은 저 멀리 놓아두고 이른 아침 정결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 반짝거림.


나는 그것이 소소한 충격이어서 이후로 출근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나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되었다.


-


오늘같이 거울 속 잔뜩 무뎌진 마음을 마주한 날이면 아침 8시 반 날카롭게 반짝이던 선생님의 눈빛이 떠오른다.


눈은 진실로 마음의 창이어서


나는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에 모두 한결같은 마음을 내보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만 싶다.


오전 10시든 저녁 8시든 언제나 성실한 마음으로.


아무래도 30분 일찍 길을 나서서는 부족한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진료 전 아침 독서를 시작해 보아야겠다.


2023. 11. 02. 스타벅스 한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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