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글 [주도적인 삶의 힘]
회사에 구조 조정이 시작됐다.
회사를 사랑하며 최선을 다했던 여직원이 명단에 올랐다. 사업을 위해 며칠 밤을 새워가며 일했던 남직원도 명단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아무 일 없던 것 같은 사람들이 일순간 사라졌다. 창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늘 하던 대로 커피를 타던 동료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어쩐지 더 작아 보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커피를 타던 동료 직원이 인사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소만 짓고 고개만 부드럽게 움직여 인사했다. 가만히 내려앉은 공기 속에서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뒤집히고 있었다. 모니터 속에서 무의미하게 폴더만 클릭할 뿐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았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바쁘게 움직이는 것도 좋았다. 회사의 성장을 내 일처럼 기뻐했고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작은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회사라는 이름 아래 쌓아온 시간들이, 생각보다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실감했다. 밤새 쌓았던 서류들, 끝내 맞춘 프로젝트들, 함께 고민했던 회의실의 공기까지. 그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으로 숨이 막혔다.
같은 공기라 생각했지만, 담는 양을 조절하지 못해 커진 쌈을 먹는 느낌이었다.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손끝이 떨리고 가슴엔 철근 하나를 얹혀놓은 듯했다. 나는 뭘 위해 이렇게 애써왔던 걸까.
회사는 당연히 누군가의 꿈이었고,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곳이다. 그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나 역시 진심으로 회사를 사랑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야 알게 됐다.
회사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지만, 내 존재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내 인생이 자동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떠나야만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남아 있더라도, 나는 내 이름으로 살아야 한다. 소속은 내 삶의 일부일 뿐, 나를 대신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여전히 두렵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지금 이 자리가 영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나를 세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나는 나를 잃지 않기로 했다. 삶의 주도권은 소속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작은 일상들을 이어간다.
아무렇게 휘갈겨 놓은 백지 위의 낙서들. 선택의 연속이 난무하는 바다 위에서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채, 안개가 자욱한 머릿속에서 조명이 수없이 번쩍인다. 흑과 백 그사이 어딘가 깜빡이는 빛을 솔직히 마주하는 에세이. 이 글들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며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