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글 [기다리는 게 아닌 것. 찾아내는 것. 곁에 두는 것]
어느 아침, 심장이 쿵쾅거렸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공황 증상이란다. 처음 느껴보는 증상에 당혹스러웠다. 몸은 깨어났지만, 마음은 뒤따라오지 못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공기가 차가웠다. 가만히 서서 숨을 내쉬었다.
요즘 나는 사소한 일에도 책임감을 느낀다. 회사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도. 책임감은 커졌고, 내 작은 그릇은 넘쳐흘렀다. 모든 걸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날 조였다.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 벽이 되었다.
처음엔 뿌듯했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점점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겼다. 그 기대가 나를 옭아맸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 최선이 나를 짓눌렀다. 불안은 하루의 끝, 가장 조용한 순간에 찾아왔다. 머릿속 작은 창을 두드리면서.
도망칠 수 없었다. 대신 불안 속에서도 나를 지킬 방법을 찾았다. 바로 내가 애정하는 것들을 일상 곳곳에 두는 것이다.
출근길에 노란 꽃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카레와 색이 비슷해서 '카레'라고 이름을 붙였다. 전봇대 옆을 서성이는 하얀 비둘기는 '소금'이 되었다.(왜 먹는 것뿐인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 간직하고픈 문장, 추억을 담은 장난감. 그렇게 처음으로 내 공간을 채워나갔다.
작고 소박한 것일지라도 그 무엇보다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 난 커다란 행복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매일 아침 들려오던 어머니의 도마소리 같은 애정을 찾는다. 버스 창밖으로 지나가는 익숙한 풍경,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좋아하는 음악,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일 때의 온기. 이런 것들을 찾고 곁에 둔다.
비로소 나는 경쾌하게 숨을 들이마신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당신에게.
잘하려는 마음이 커질수록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도 따라오는 것 같아요. 작은 불안이 점점 커져 결국 나를 휘감아요. 참 아이러니해요. 최선을 다할수록 힘들어진다는 것이요. 생각해 보면 잘하고 싶은 마음은 욕심이 되기 쉽고, 그러다 보면 진짜 나와 불협화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지키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어야 해요. 좋아하는 문장과 음악, 아끼는 물건들이 매일 반복되는 것. 그 작은 것들이 쌓이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요.
비극과 불안은 가장 고요한 순간에 찾아와요. 그럴 때 애정이 담긴 것들이 있다면, 그 밤을 견딜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 만의 '카레'와 '소금'이 가득하길.
아무렇게 휘갈겨 놓은 백지 위의 낙서들. 선택의 연속이 난무하는 바다 위에서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채, 안개가 자욱한 머릿속에서 조명이 수없이 번쩍인다. 흑과 백 그사이 어딘가 깜빡이는 빛을 솔직히 마주하는 에세이. 이 글들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며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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