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도 설명서가 있을까?

내면의 감정지도, 감정 사용 설명서

by 도유영

가끔은 내 마음이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분명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도 이유 없이 헤매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낯선 기계처럼 느껴진다. 겉으로는 멀쩡히 돌아가는 것 같다가도,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멈춰 버린다. 버튼을 잘못 눌렀는지 회로가 어디서 끊어진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나름의 감정 사용 설명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마음을 조금 더 안전하게 다루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 처음에는 우스운 생각 같았지만, 막상 써보니 도움이 되었다.


대표적인 몇 가지는 이런 것들이다.


분노에는 한 번의 호흡 후 꺼내 쓸 것.

슬픔에는 충분히 머물다 놓아줄 것.

기쁨에는 작은 것이라도 감사와 함께 기록할 것.


이 짧은 지침들은 내 일상에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주었다. 화가 치밀 때는 숨을 고르며 대답을 늦출 수 있었고, 슬픔이 찾아올 때는 억지로 떨쳐내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가 되었다. 작은 기쁨을 기록하는 일은 나중에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는 선물이 되었다.


살다 보면 감정이 나를 끌고 다니는 듯한 날이 많다. 그럴수록 필요한 건 감정을 억누르는 힘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작은 규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설명서라는 건 거창할 필요가 없다. “이럴 땐 이렇게 해보자”는 메모 한 줄이면 충분하다. 누군가는 불안에, 누군가는 분노에, 또 누군가는 외로움에 더 자주 몸살을 앓는다. 그렇다면 각자에게 맞는 문장을 만들어 붙여 두면 어떨까.


분노에는 명상하기. 외로움에는 산책하기. 기쁨에는 사진으로 남기기. 그 정도의 지침이면 충분하다. 마음의 작은 문장 하나가 흔들릴 때 붙잡을 손잡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태도로 만드는 행복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