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이해해도, 마음은 왜 납득하지 못할까?

by 도유영

나는 오랫동안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겪는 것이 같다고 믿었다. 책에서 읽고, 누군가에게 듣고,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삶은 늘 그 착각을 무너뜨리며 다가왔다.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떠오르는 건 크고 작은 이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이해도 했다. 그러나 정작 내가 그 시간을 건너보니, 괜찮아짐은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오는 게 아니었다. 하루하루 흔들리며 자신을 설득한 끝에야 닿을 수 있었다.


과거에는 부모와의 관계가 있다. 나에겐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매듭 같았다. 머리로는 부모도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서운함을 좀처럼 놓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결핍과 다투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 나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야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부모 역시 한 사람으로서 불완전했음을, 그 불완전함까지 내 삶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요즘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그 사실을 더 자주 확인한다. 사람마다 다른 길을 간다라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까웠던 친구와 점점 멀어지는 순간 마음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왜 예전 같지 않을까. 왜 이렇게 멀어져야 할까. 이제 어렴풋이 안다.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멀리서 바라보며 응원한다. 한 사람으로서 인생을 살아낸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오랜 둥지를 떠나 각자의 하늘로 날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돌아보면 내 삶의 전환점은 언제나 이 흐름 속에 있었다. 이유를 몰라 헤매던 시간이 아니라, 끝내 받아들인 순간들이 나를 다음으로 건너가게 했다. 납득은 저항에서 수용으로 건너가는 다리였다. 그 위에서 나는 흔들리면서도 오래 버틸 수 있는 결을 얻었다.


행복은 어쩌면 이해가 아니라 납득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알던 것을 끝내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내 안에는 겹겹의 나이테 같은 시간이 쌓여 갔다. 그래서 이제는 서두르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그 시간을 걱정과 고민이 아닌 사랑과 배려로 가득 채우려 노력할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단단해진다.


혹시 지금, 이해는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힘든 관계를 겪고 있다면 애써 답을 서둘러 찾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마음을 설득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그땐 그래서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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