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
애매모호의 세상. 요즘 나에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그 시작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지독히도 똑같은 하루부터다. 여느 때와 같이 카페에 자연스럽게 입장한 난 메뉴판 앞에서 서성인다.
"주문하시겠어요?" 종업원이 말했다.
어차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텐데 머릿속에선 연기가 난다. 괜히 망설여지는 순간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녹차? 아니, 라테?
잠시 후, 고된(?) 고민에 아침부터 방전돼 눈이 탁해진 나는 한 손에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테이블에 앉는다. 한참을 넋 놓던 머리 위로 교향곡이 흘러나왔고 감미롭고 웅장한 음악은 아침부터 방전된 나의 몸을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가방에서 종이 한 장과 연필을 꺼내 테이블 위에 두고서 오늘 작업할 거리에 대해 휘갈겨 쓰기 시작한다. 음악이 하이라이트에 다다를수록 그 장단에 맞추어 거침없이 적어댄다. 곧이어 음악은 나의 지휘와 함께 딱 맞추어 끝난다. 하지만 웅장한 노래의 끝에 남는 잔잔한 감동과는 거리가 먼 글자들이 남아있었다. 아니, 글자 모양의 그림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어야만 성공일까? 아니면 성공의 순간은 그 자체로 특별한 빛을 발하는 걸까? 돈과 행복의 관계는 언제나 모호하다.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적어도 삶에 만족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정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이직은? 사랑은? 질문들 속에서 길을 찾으려 애쓴다. 빛과 어둠, 존경과 지탄, 웃음과 슬픔 사이의 복잡한 세상을 헤매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결국 문장이 아닌 그림이 되어버린 백지 위에 낙서들. 열심히 계획하고 살아본들, 휴가 계획처럼 좀처럼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 흑과 백 그 사이 어딘가를 영유하는 회색의 인생. 카페에 있는 수많은 메뉴처럼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머릿속과 마음속 스위치를 껐다가 켰다를 수차례 반복하며 과열되다, 순간 정신이 든다.
‘아, 또 깜빡깜빡했네.’
나는 늘 이렇게 샛길로 빠져 쓸데없는 생각이 드고 만다. 누군가에겐 아주 간단한 메뉴 고르기 마저 모든 게 고민인 난, 오늘도 깜빡이며 하루를 보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깜빡이는 인생에서 춤이나 춰야겠다. 어쩌면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랬다. 밤하늘에 꾸준한 빛보다, 깜빡이는 빛이 눈에 더 잘 띈다고.
에세이 [아, 깜빡깜빡했습니다]는 살면서 마주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기록했던 글입니다. 고통에 애써 외면했던 것들이 많습니다. 고장난 조명처럼 흑과 백 그사이 어딘가 깜빡이는 빛을, 솔직히 마주 해보려 해요. 앞으로의 글들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