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자연
운남은 중국 서남부에 위치하는 성으로 장대한 히말라야 산맥이 끝나는 곳입니다. 서북쪽으로는 티베트, 동북에는 사천, 동부에는 귀주, 광시, 남쪽으로는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접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다양한 소수 민족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명하며 위도상 열대에서 아열대 지역에 포함되지만, 고도가 높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성도인 곤명의 해발고도가 1,800m, 서북쪽으로 갈수록 고도가 높아져 대리 2,100m, 여강은 2,800m 중디엔은 3,300m. 동남쪽으로 내려오면 해발 고도가 200m까지 떨어지며 이런 지역은 전형적인 열대기후를 보입니다. 다양한 고도와 기후 조건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이 바로 운남입니다.
운남성의 크기는 436,200㎢.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2배 정도, 남한 면적의 4.5배나 되는 큰 성입니다. 혹, 한 달간 운남을 여행하신 분이 계시더라도 그 지역을 다 보았다는 말은 하지 못합니다. 저에게 중국 내에서 산수가 가장 아름다운 지역을 꼽으라면 사천을 제일로 치고, 두 번째는 운남을 꼽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다양한 기준과 기후, 환경을 평가하여 점수를 주자면 으뜸 여행지는 단연 운남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바로 여강입니다.
[ 여강고성 ]
해발고도 2,800m의 여강(리쟝)고성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 유산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히야오 감독이 만든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바로 여강고성을 모델로 하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여강고성의 밤은 그 영화보다 아름답습니다. 해발 5,000m가 넘는 옥룡설산이 언제든 눈을 들면 보이고 수정처럼 맑은 물이 시내 곳곳을 관통하는 이 도시에 첫발을 디디면 상상 속의 도시라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 옥룡설산 ]
이름처럼 아름다운 옥룡 설산은 사계절 내내 흰 눈에 덮여 있습니다. 관광 대국 중국은 이 산 3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관광객이 정상 근처까지 접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산을 제대로 보려면 하루가 모자랍니다. 옥룡설산 안에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곳은 3곳입니다. 가장 높은 주봉을 오르는 대삭도, 옥룡설산을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운삼평, 더 멀리에서 옥룡설산 지구를 볼 수 있는 모우평입니다. 세 곳을 하루에 다 가기엔 무리입니다. 인상 여강 공연을 본다면 시간상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어디를 가도 후회 없는 곳들입니다.
인상 여강 공연 정보 https://brunch.co.kr/@utbia/166
[ 동파신원 ]
옥룡설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동파신원과 옥수채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여강 지역은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나시족의 본산입니다. 동파는 나시족 언어로는 지혜롭다는 뜻으로 나시족들은 자기들의 문화를 동파문화라고 부릅니다. 동파만신원은 지금까지도 당시의 상형문자가 전해져 오는 곳으로 동파문자를 보존하고 신께 제를 지내는 사당 같은 곳입니다. 현재 여강 지역은 동파문자를 전수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동파문화 연구원이 별도로 두고 있으며 이 문자는 나시족의 큰 자랑거리입니다.
[ 옥수채 ]
동파 신원과 가까운 곳에 옥룡설산에서 발원한 샘물이 처음 솟아오르는 아주 멋진 장소가 있습니다. 이곳의 물은 이름처럼 맑고 찹니다. 수량이 풍부하여 지금은 작은 제방을 쌓아 송어를 키우지만 예부터 이곳은 신성한 곳으로 숭배된 곳입니다. 옥수채의 많은 물은 한참을 흘러가다 몽땅 땅속으로 사라집니다. 이 물이 땅속으로 흘러 여강고성에 있는 흑룡담 공원에서 다시 솟아오르는 신기한 샘물입니다.
[ 흑룡담 (옥천) 공원 ]
여행을 떠나기 전, 운남성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기막힌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과연 이런 경관이 실제로 있을까? 어렸을 때 이발소에서 보던 비현실적인 그림의 실체.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하던 그림 한 장이 실제로 사진에 찍혀있었습니다. 눈 덮인 산, 수정같이 맑은 호수, 날아오를 것 같은 탑, 반달 모양의 다리…. 이 모두가 한 장소에 모여 절묘하게 조화가 이루어진 곳. 그 사진의 장소가 바로 옥천공원(흑룡담)이었습니다.
고소 때문에 비몽사몽 흔들거리며 옥천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이 실물보다 잘 나오는 장소가 있다는 걸 익히 알기 때문에 이런 장소를 찾을 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는 편입니다. 실상을 알고 보면 대개는 터무니없이 규모가 작다거나, 세트처럼 겉만 번지르르할 수도 있고, 사진이 찍힌 장소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주변이 아니올시다 이거나, 거울 같은 호수가 속을 들여다보면 흙탕물일 수도 있었습니다.
웬걸요. 이곳은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사진만큼 실물도 아름다운 그런 곳이었습니다. 꼭 들러서 사진을 찍어 보십시오. 구도만 잘 잡으면 그대로 엽서가 됩니다. 공원의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고 깨끗했습니다. 돌아보실 때 주변 경관에만 신경 쓰시지 말고 호수의 물을 잘 들여다보세요. 곳곳에서 샘이 솟아오르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옥룡설산의 빙하 녹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이곳에서 분출되는 것이랍니다. 玉泉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맑은 물…. 이 물이 그대로 고성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걸 확인하고 여강(리쟝)이 더 좋아졌습니다.
[ 수허 고성]
수허(束河)는 ‘높은 봉우리 아래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차마고도(茶馬古道)의 교역지 가운데 가장 잘 보존 된 곳 중의 하나입니다. 여강고성에서 8Km 정도 떨어진 옥룡설산 밑에 있는 작은 고진이지만 나시족의 선조가 이 지역에 정착하여 처음 세운 마을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여강고성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여강고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수허고진은 규모는 작으나 상업적으로 변한 여강고성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어서 반나절 정도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곳도 점점 상업화되어 안타깝습니다.
[ 호도협 ]
여강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호도협 트레킹입니다. 세계 최고를 다투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 트랙’과 페루 마추픽추를 가는 ‘잉카 트레일’ 그리고 운남의 ‘호도협 트레킹’을 꼽습니다. 세 곳 중 하나라도 다녀오신 분들은 이 말을 수긍하고 이해를 하실 겁니다. 자연을 좋아하시는 분은 분명히 별 다섯 개 주고 하나 더 주고 싶은 트레킹 코스입니다. 최고!!!
호도협은 장강의 원류 금사강 물길이 유유히 흐르다 해발 고도 4,500M가 넘는 옥룡설산과 하바설산을 만납니다. 두 산 사이를 물길이 통과하는데 이곳이 다른 지형에 비해 유독 좁고 가파릅니다. 두 산이 워낙 거대하고 높아서 강 수면부터 꼭대기까지의 표고 차가 2,500m 정도 차이가 나는데요. 이렇게 좁은 지역이 20Km 정도 이어집니다. 협곡의 가장 좁은 부분을 호랑이가 단숨에 뛰어넘었다는 전설이 있어 이름이 호도협입니다.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물길을 아래로 하고 산허리를 따라 걷는 길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요즘은 길이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엔 아슬아슬 위험한 곳이 아주 많았습니다. 특히 여름이 되어 장마가 지면 통행이 불가능한 위험 지역으로 변했는데 이제는 길이 많이 좋아져서 전보다는 접근이 쉬워졌습니다. 호도협 트레킹은 하루 반 정도면 주파할 수 있어 잘 걷는 분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입니다.
위에 소개한 곳 외에도 여강에는 볼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며칠을 머물어도 지루할 틈이 없는 여강과 그 주변은 여행자에게 최대 만족을 주는 곳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