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위한 워밍업
2014년 20년간 운영하던 비디오 가게를 완전히 정리했습니다. 가게를 통째로 비우던 10년간 모든 일을 맡아 돌보아 준 직원은 형제보다 더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피를 나눈 동생도 이런 동생이 없습니다. 졸지에 직업을 잃은 동생에게 여행 일을 가르쳐 볼 심산으로 함께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둘이 함께하는 배낭여행이 신이 났지만, 동생은 달랐습니다. 항상 눈치를 보든 관계가 그렇게 편할 리가 없었겠죠. 그래서 여행 초반과 마무리엔 혼자 여행하도록 일정을 잡았습니다. 중간 열흘간은 제가 인솔하는 동유럽팀에 합류시켜 인솔하는 법을 보고 배울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야 무언가 더 느낄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떠나기 전, 몇 번의 다짐을 받았습니다. 함께하는 여행이 그리 만만하지 않을 거라고. 여행 기간이 길어지고 힘들어지면 그간 보지 못했던 속을 다 보여주게 됩니다. 만약, 결혼상대자가 있다면 한 달 정도 배낭여행을 해보고 앞일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두 사람이 떠나는 배낭여행은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호흡이 맞는 두 사람의 여행은 혼자 여행의 단점을 모두 해결합니다. 우선, 숙박비가 대폭 줄어듭니다. 도미토리에 묵지 않고 일반 호텔을 이용해도 2인실을 반 부담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고 비용은 더 적게 듭니다. 택시를 타도 부담이 반으로 줄어들고, 식당에서 다른 메뉴를 시키면 같은 비용보다 더 푸짐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물이나 간식거리를 사도 남기지 않아 좋습니다.
비용적인 절감도 좋지만 짐에 대한 관리가 정말 쉽습니다. 혼자 여행할 때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가방 처리가 정말 난감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짐이 신경 쓰이는데 둘이라면 이런 문제가 사라집니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여행을 편하게 합니다. 물론, 무료한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점을 생각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혼자 떠나기 두려운 분은 동행하는 여행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 맘에 맞는 사람을 찾다가 모래알에 싹이 틀지도 모른다는 점 유념하시구요. 어중간한 동행자를 선택했다가 여행 중 찢어져 웬쑤가 되는 사태를 종종 보았습니다. 제 경우도 이번 여행에서 많은 주의를 했지만, 중간에 사소한 일로 다툼이 있었습니다. 함께하는 여행은 작은 부분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는 점 잊지 마시기를...
참, 비용에 관한 이야기를 빼먹었습니다. 이 여행은 우리보다 물가가 싼 발칸지역이었습니다. 헝가리를 출발하여 불가리아 – 루마니아 – 마케도니아 – 알바니아 – 몬테네그로 – 크로아티아 – 보스니아 - 세르비아 이렇게 20일간 여행하는 동안 유레일패스가 통용되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입니다. 돌아와 정산을 해보니 항공료 제외하고 하루 일 인당 60유로 미만이 들었습니다. 저 혼자 여행할 때보다 아주 잘 먹고 잘 자고 다닌 여행이었습니다. 동행자가 있다면 발칸 배낭여행 원추!!!
※ 둘이 함께한 여행에서 보고 들은 많은 것...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 저와 동생이 다르게 느낀 여행기를 정리하지 못하고 아직도 방치해 두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끝내고, 다른 두 권의 글도 마저 올린 후 틈이 난다면 2년전 기록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색다른 여행기가 나올수도 있겠내요.^^
앞으로 풀어낼 여행기에 들어 갈 발칸 지역의 풍경 몇 장 미리 소개합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