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궁하면 뚫리는 법!
혹시 겉늙은 체면 때문에, 언어의 장벽 때문에, 돈이 없다, 시간이 없다, 하고
발톱 밑에 난 티눈까지 이유를 대어 여행하기를 미루시는 분들은 이 페이지를 보고 힘을 내십시오.
"시작은 곧 반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1997년 유럽을 여행하며 정리한 글 가운데 시작 부분을 옮겨 봅니다.
첫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은 이 글을 보고 용기를 내시면 좋겠습니다.
1997년 유럽을 여행하며 정리한 글 가운데 시작 부분을 옮겨 봅니다.
첫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은 이 글을 보고 용기를 내시면 좋겠습니다.
[ 첫 걸 음 ]
어느 날 문득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날이 있었습니다. 산다는 자체가 혼자 서러워지는 때였지요. 꿈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하루살이처럼 살아야 하는 삶이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우울의 날들이 길어지면서 사방에서 적신호의 불이 들어왔습니다.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해 나가다가 결심을 했습니다. "떠나자 한 달만이라도….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것도 아니고, 가게를 말아먹자는 일도 아닌데…. 빚 조금 늦게 갚으면 그만이지." 지구는 독수리 오 형제에게, 가게는 마누라에게 맡겼습니다. 아마 그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도 비디오 가게를 한 발짝도 떠나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 왜 유럽인가? ]
내 평생에 여행이란 호사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딱 한 곳만 볼 기회가 있다면 유럽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돌아온 후 첫 여행지를 유럽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만족했습니다. 유럽은 다양한 경험을 한꺼번에 안겨주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곳이었습니다. 선진국답게 안전하고, 교통과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패스를 이용한 열차 여행의 경험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습니다. 유스호스텔이라는 저렴한 숙소도 좋았고, 한나절만 열차를 타면 다른 나라로 이동하여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 40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음식과 공연, 유적, 건축물, 예술품. 그리고 다른 문화…. 유럽은 여행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게 해 준 학습장 같은 곳이었습니다. 만용에 가까운 첫 여행 이후, 저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삶의 우선순위에 올라있습니다. 물론 역마살이 낀 남편을 이해해 주는 아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평소에 더 노력하고 준비하면 세계 일주라는 꿈의 실현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준 비 ]
아내의 허락이 떨어진 이후, 첫 여행의 준비는 실로 엄청났습니다. 가이드북과 여행기, 유럽에 관련된 모든 책을 눈에 보이는 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의문점과 미진한 부분이 남더군요. 전전긍긍할 때, 아들이 통신에서 하이텔 "세계로 가는 기차"를 찾아주었습니다. 게임 도구로만 여겼던 컴퓨터에 그런 기능이 있다는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그날 이후 내 평생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컴퓨터에 접속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매일 올라오는 여행자들의 따뜻한 정보를 보며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고, 이미지로 그려보는 여행이 아주 수월하게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2월이 가고 3월이 왔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 솔직히 말하자면 방해하는 어떤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 값이 싼 Open Ticket으로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Eurail Pass 1달 사용권을 끊어 두었습니다. 유스 호스텔 회원증을 만들어 두고, 만약을 대비하여 국제 운전 면허증도 신청했습니다. 토마스쿡 최근 발행본을 우편으로 주문하여 틈만 나면 들여다보며 연결 열차와 일정을 Check 하여 견출지로 표를 만들어 두고 형광 Pen으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구간과 열차를 표시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탓에 별다른 준비물을 따로 장만할 필요는 없었지요. 일본 여행 당시 받아둔 여권에 기일 연장하고 틈나는 대로 환율을 Check 하여 유럽 화폐를 나라별로 바꾸어두자 3월 말 저의 여행 준비는 더 이상 손 볼 것이 없었습니다. 4월을 맞으며 첫 기착지인 London과 튤립 축제로 붐빌 것이 예상되는 네덜란드의 숙박지를 한국 유스 호스텔 연맹에 부탁하여 IBN으로 예약하고, 형님의 도움으로 구하기 힘든 'The phantom of the opera' 티켓도 손에 넣었습니다. 1개월 사용 유레일패스와 기왕 지불하는 항공료가 아까워 일정을 열흘 추가하니 40일 동안 집을 비워야 합니다. 이런저런 부담 때문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을 가는 사람처럼 집 안팎과 가게를 둘러보며 손을 대다 보니 떠나기도 전에 몸과 마음이 천근같이 무거웠지만, 그에 반비례하여 미지를 향한 동경은 나날이 커져만 갔습니다.
이 글을 정리하며 뒤돌아보니 -결과론이긴 하지만-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도 컴퓨터에 접속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홈페이지 만들지 못했을 테고, 이렇게 글을 쓴다는 생각은 엄두에도 못 냈겠죠. 또한, 많은 친구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며 다음 여행을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생각의 폭을 넓히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니 참 많은 것을 얻은 샘입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 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