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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당하는 Europe 에피소드 1

자~ 떠나자!

by utbia 김흥수
[ 1층과 0층 ]

유럽의 1층은 우리의 2층을 말합니다. 일 층은 그냥 0층이고 플로어입니다. 이것은 떠나기 전, 자료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곳에서 이것 때문에 실수를 했죠.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더군요. 밤에 도착한 로테르담 유스에서 층을 착각하고 무심코 방문을 열었더니 거의 벌거벗은 여자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Hallo! 하면서 쳐다보는데 무안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압권은 여행 중 재기를 통해 들었습니다. 그걸 한번 옮겨 보죠. 재기가 유스 호스텔을 처음 가던 날 아주 피곤했나 봅니다. 3층 몇 호실이라고 알려줘서 그 방에 같더니 아무도 없었답니다. 6인실 도미토리에서 샤워를 하고 곧바로 침상에 들어 잠이 들었대요. 한밤중에 누군가 깨워서 일어나 보니 아가씨 둘이 난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더랍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재기는 3층이 아니라 유럽에서 2층, 여자들 방에서 잔 겁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침상엔 모두 여자들이 자고 있더래요. 팬티 바람에 자고 있다 일어나서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치한이라고 신고를 안 당한 것만 해도 다행이죠.^^ 떠나 보시면 이런 일 종종 일어날 겁니다.


[ 목장 견학 ]

로테르담 유스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혼자 유유히 샤워를 마친 다음 팬티만 입고 샤워장 문을 나왔습니다. “꽥…!” 딸 같은 여자아이 둘이 젖통을 내놓고 이를 닦다 말고 신기한 물건 보듯 쳐다보더군요. 당황했지만 유럽이 이상한 나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남녀 혼탕도 있고, 나체촌도 있고…. 로테르담은 세면장을 남녀 함께 사용하는 줄 알았죠. "굿 모닝!" 여유를 부리며 바지와 러닝셔츠를 껴입었습니다.


문을 나서려는데 한 떼의 젖소 부인들이 떠들며 샤워장으로 입장하더군요. "할로~"-헬로가 아님!- 나도 "할로~" 아침부터 목장 견학을 열심히 하고 생각하니 비누와 면도기를 샤워장에 두고 나왔습니다. 다시 샤워장으로…. (절대로 딴생각 없었음) 정말 훌륭한 목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남자애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복도를 나와 좌우를 둘러보았습니다. 반대편 복도에 하얀 것부터 까만 것까지 사내들만 우글우글! “에구구…. 정말 난 몰라~” 어젯밤부터 웃비아는 여자 전용 샤워장과 화장실을 들락거렸던 겁니다.^^


[ 이상한 문고리와 문 ]

밤에 들어간 본델파크유스에서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문이 아작 났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좌우로 움직이면서 이상하게 찌그러지는 겁니다. 겁을 먹고 슬그머니 원상 복귀를 하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요지부동. 부실 공사를 한 유럽 놈들 욕을 하며 팽개치고 찬바람 맞으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누군가 문을 얌전히 고쳐 놓았더라고요. 어떻게 고쳤는지 궁금해서 다시 한번 열어봤습니다. 이번에도 “아자작!” 보는 사람이 없기에 이번엔 막 잡아 흔들었습니다. 좌우로 삐걱거리는 문이 신기하게 자리를 잡고 얌전히 닫히는 겁니다. “햐아~ 요놈 봐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창문은 시프트&틸트 방식이라는 것인데 지 맘대로 방향을 바꾸는 문 이였죠. 뭐 그리 요상한 문이 사람을 놀래 키는지...


요즘 우리나라 창호 회사에서 이 문을 선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가지고 놀면 정말 재밌고 편하답니다.^^ 아무튼, 유럽 도착부터 여행 마지막까지 이것이 나를 엄청 꼬이게 했습니다. 정말 도어 손잡이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문을 여는 방식은 설명 불가능할 만큼 요상하여 멀쩡히 열려있는 문을 Key가 잠긴 줄 알고 못 들어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 포도 주스 ]

바티칸을 가는 날, 물 사 먹는 습관이 들지 않아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화장실 이용료를 내는 것도 그렇고…. 테르미니역 지하 슈퍼에서 병에 든 주스를 고르는데 몽땅 큰 사이즈만 있는 겁니다. 종이 팩이 비교적 적당한 크기가 있어 싱싱한 포도가 그려진 놈을 하나 골랐죠. 일단 갈증을 달랜 다음 수통에 넣어 두려고 개봉을 했습니다. 꿀꺽꿀꺽! "어? 맛이 이상한데? 상했나?" 왝~ 포도주였습니다. (포도주를 팩 소주처럼 담아 판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습니다.)


아침도 거르고 서둘렀던 빈속에 술을 퍼 넣었으니…. 아깝지만, 팩이라 개봉된 것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었습니다. 수통에 담으면 술 냄새 때문에 다음부터 물을 못 담고. "에라! 갈 데까지 가자. 주(酒)님의 뜻이다." 아침 대신 포도주로 해장했습니다. 절반 남은 포도주는 슈퍼 종업원에게 줘버리고 거금을 주고 큰 생수를 한 통 샀죠. (아마도 그 종업원은 내가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인지 알았을 겁니다)


아~ 저는 신성한 성 베드로 대성당을 해롱거리며 걸어 들어갔습니다. (죄 많은 놈은 먼 길을 가서도 주님 앞에 제정신으로 서지 못하는군요) 세상에서 제일 큰 으뜸 성당 옥상에 올라 물을 개봉했습니다. 그런데 저 앞에서 신선한 약수가 펑펑! 사람들은 그곳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성수라며 일부러 와서 열심히 빨고 있었습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 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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