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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hole Aug 17. 2023

펀드매니저? 딜러? 뭐가 달라요?

핵심은 제일 마지막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서커스 단장이 번다.

  펀드 매니저라고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흔히들 생각하는 이미지는 수많은 모니터 속에서 전화를 주고받으며, 긴박하게 하루를 보낸 다음, 고급 차를 타고 여유롭게 건물을 나서는 이미지 아닐까? 아니면 매매를 신들린 듯이 하는 모습이거나,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던 것처럼 모든 것을 알고 있듯이 소파에 기대앉아 고민하다가 갑자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매매를 결정하고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모습일까? 


  현실에서 찾아보면 저녁 뉴스에 금융시장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자료화면으로 심각한 얼굴을 한 채 수많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어떤 사람은 무선 헤드셋을 끼고 떠들고 있고,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대형 스크린 속의 가격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풍경도 종종 본다. 이 사람들은 누굴까? 또 미국 시장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 자료화면에는 손을 들고 크게 소리치는 사람들과 유니폼 같은 잠바를 입고 태블릿을 든 채, 헤드셋으로 대화하며 수많은 모니터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들은 또 누굴까? 


  주식이나 채권, 외환 등 뭔가 금융시장하고 연결될 때마다 나오는 이분들은 시중은행의 외환딜러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식이나 채권 딜러가 나오기도 한다. 여하튼 주로 외환이 트레이딩 되는 은행의 딜링룸이다. 외국 금융시장 관련해서 나오는 분들은 주로 거래를 중개해 주는 NYSE(뉴욕주식거래소)의 브로커이다. 소리를 지르던 분들은 과거 Pit이라 부르는 아비규환과 같은 거래소에 있던 트레이더였으나 이제는 역사 속의 장면이 되었다. 그럼 펀드 매니저는? 그냥 사무실에 앉아있는, 모니터가 좀 많을 뿐인 직장인과 다름없다. 다른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는 그냥 사회의 톱니바퀴처럼 보일 뿐이다. 




  위에서 얘기할 때, 딜러와 펀드매니저, 브로커 등을 언급했는데 뭐가 다른 점일까?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하는 일에 있어서, 그리고 돈을 버는 방법에 있어서 조금씩 아니면 좀 크게 차이가 있다. 일단 가장 비슷해 보이는 것은 펀드 매니저와 딜러다. 이 둘의 정의는 법 같은 것으로 딱 나눠진 것이 아니고 업계에서 쓰이는 말이다. 다만, 이들이 속해있는 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이 법으로 나뉘어 있고, 이 둘은 각각 다른 업종에 속해있다.


  먼저 펀드 매니저는 말 그대로 펀드를 관리하는 관리자이다. 펀드에 모인 자금을 관리하고,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제시된 방법으로 투자의사결정을 대신 행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들이 속한 회사는 '~자산운용' 둥으로 불리는 '운용사'이며, 법 상에서는 '집합투자업자'의 직원이다. 한마디로 펀드 매니저는 꼬리표가 달린 '고객'의 돈을 굴리는 사람이다. 반면에 딜러는 소위 말해 딜을 하는 사람이다. 매매와 투자 포지션을 중점적으로 관리해서 수익을 내는 사람인데, 이들이 속한 회사는 '~증권', '~은행' 같은 곳이다. 펀드 매니저와 달리 이들이 투자를 하는 원천은 고객의 돈이 아닌, '회사'가 조달한 돈이다. 회사의 고객이 맡긴 돈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돈에 꼬리표가 안 달려 있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운용 원천이 무엇이냐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속한 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펀드 매니저는 고객이 펀드에 돈을 맡기면 그 펀드를 운용하고 그 펀드 크기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운용을 잘해서 번 돈은 모두 고객에게 준다. 즉 펀드 매니저가 펀드의 수익을 천배로 벌어도 받는 보상은 수수료이다. 그렇게 고객의 신뢰와 평판을 얻게 되면 더 많은 펀드가 생기고 운용규모가 커지면서 수수료가 늘어나는 구조이다. 


  딜러는 속한 회사에서 운용자금을 만들어 준다. 그 재원은 회사가 자본시장에서 조달하거나 빌려온 돈일 수도 있고, 고객이 회사의 금융상품에 맡긴 돈일 수도 있다. 여하튼 다양한 방법으로 조달해서 딜러에게 맡기면, 딜러는 이 돈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매매도 하고 포지션도 구성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생긴 수익은 회사로 들어가면서 그중 일부를 딜러에게 제공한다. 만약 천배를 벌었으면, 그 수익의 일부를 나눠갖는 것과 같은 구조이다.  

  

  이와 같이 수익의 원천이 다르기에 비슷한 일을 하지만 투자 성향이 달라지게 된다. 펀드 매니저는 고객의 돈을 관리하기에 안정성을 보다 중요시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딜러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보다 리스키 한 포지션을 취할 때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또한 고객의 돈을 운용하다 보니 다양한 규제에 적용을 받는 경우가 펀드 매니저가 훨씬 많고, 딜러는 상대적으로 그러한 규제에서 조금은 자유롭다. 그렇기에 보다 포지션의 변동성이 크고 매매가 많아지는 것은 딜러가 펀드 매니저보다는 많아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수익의 크기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딜러의 수익이 펀드 매니저보다 더 큰 경우가 많다. 물론 은행에 소속된 딜러들은 아무래도 보상 측면에서는 증권사보다 떨어지는 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외환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펀드 매니저들은 보상에 있어서 딜러보다 적지만, 수수료가 수익의 원천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환경이 좋지 않아도 펀드가 유지된다면 수익이 발생한다. 딜러의 경우 시장 환경이 좋지 않으면 보상은 꿈도 못 꾸게 될 수도 있다. 고로 어떤 환경에서도 수익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을 받는다.



  브로커는 확연히 구분이 간다. 한글로 하면 중개업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데, 쉽게 말해 사고파는 것을 중간에서 중개해 주는 사람이다. 지금은 다들 MTS와 HTS로 누구나 쉽게 언제든지 거래를 하는 세상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사고팔고자 하는 것을 브로커에게 알려주었고, 브로커는 시장에 가서 상대방을 찾아 거래를 성사시켰다(OTC 거래라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기술의 발달로 그 종류와 거래량, 반응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점만 달라졌다. 그리고 상장주식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사람을 통해야 거래가 되는 금융시장이 아직 수두룩하다. 


  이들의 수익은 거래 수수료다. 포지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시장에 대한 예측을 하지 않아도 된다. 변동성이 줄어들면 거래량이 줄어들어서 수익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시장이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돈을 벌 수 있다. 제일 좋아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제일 좋아 보이는 것이 함정이다. 좋아 보인다는 것은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되면 영업이 필수다. 부동산을 생각해 보자. 어느 아파트를 사기 위해 A부동산과 B부동산 중에 골라야 하는데 누구와 거래하든 차이가 없다면, 나에게 잘해주는 부동산과 계약을 맺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나만의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든지, 가격이 싸든 지 뭔가 다른 점을 갖추어야 한다. 이게 브로커리지의 애로사항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대중매체 속에서 펀드 매니저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그렇게 형성된 것은 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해외에서 들려오는 펀드 매니저에 대한 어마어마한 보상 관련 뉴스도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거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세계의 돈이 다 몰리는, 한마디로 메이저리그다. 몰리는 돈의 규모가 다르기에. 펀드 수수료도 다른 레벨이다. 안타깝지만 보상이 같은 규모일 수가 없다. 물론 모든 분야와 마찬기지로 일부는 매우 높은 보상을 받기도 하지만, 일부는 일부다. 대부분은 낮은 수준의 근로 소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과는 많이, 아주 많이 다르다.


  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그 수익과 손실이 정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언제나 항상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딜러든 펀드 매니저든, 또는 브로커든 다들 항상 예민하고 바쁘다. 다들 각자의 재주를 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가장 쓴웃음이 나오는 부분은 가장 큰 승자는 크든 작든, 일부 수익을 재주를 부리느라 고생한 이들에게 떼주고 나머지를 가져가는 회사라는 것을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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