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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hole Sep 26. 2023

펀드매니저는 돈 많이 버나요?

경험을 바탕으로 써보는 100% 주관적인, 허와 실

  나름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일하고 있는 펀드매니저에게 가장 자본주의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펀드매니저는 돈을 많이 버는가? 하지만 선뜻 대답이 네 또는 아니오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급여가 괜찮다는 금융권의 투자 업종에서 일하고 있긴 한데, 가끔 미디어에서 접하는 소위 잘 나가는 제조업종의 소득을 들어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내 연봉을 월마다 벌어 들인다는 유튜버의 얘기라도 들린다 치면 의구심은 더 커진다. 이쯤 되면 '많이'라는 말속에 녹아있는 기준은 이쯤 되면 얼마라는 건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시간 개념이 들어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일단 '언제'. 아무리 많이 번다고 해도, 생을 마감하기 직전이 바로 그 시기라면 무슨 소용일까.  먼 미래의 부는 당장의 작은 현금보다 못하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봐도 이는 타당하다. 다음으로는 '얼마나'라는 기간 개념이다. 예를 들어, 당장 몇 년간 남보다 1.5배 더 벌지만, 버는 기간이 남보다 1/10 수준이라면 이건 많이 본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 부분은 나이가 점차 들어갈수록 어려운 문제가 된다.


  이렇듯 답을 하려면 좀 여러 가지 생각해 볼 것이 많다. 하지만 돈 얘기가 원래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재미있지 않던가. 한번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순전히 주관적인 얘기를 풀어보자.




  우선 '많이'라는 것의 기준에 대해 좀 생각해 보자. 일단 참고가 될만한 지표가 있으니, 통계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분위별 가구소득금액이다.

2022년 소득원천별 가구소득 금액 (경상소득 / 근로소득 / 사업소득)
(단위 : 만원)
    
1 분위 : 897 / 149 / 30
2 분위 : 1,749 / 541 / 178
3 분위 : 2,624 / 1,233 / 396
4 분위 : 3,537 / 1,906 / 643
5 분위 : 4,491 / 2,609 / 862
6 분위 : 5,582 / 3,459 / 1,164
7 분위 : 6,863 / 4,464 / 1,380
8 분위 :  8,436 / 5,854 / 1,606
9 분위 : 10,909 / 7,785 / 1,953
10 분위 : 19,042 / 13,246 / 3,383

[출처 : 통계청]

  물론 개별 펀드매니저의 연봉은 천차만별이지만, 나름 업계에서 '대략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게 있다. 그것을 놓고 통계청 차료의 근로소득과 한번 비교해 본다면, 첫발을 내딛으면 대략 7 분위, 적어도 6 분위 이상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8 분위, 9 분위 이상으로 이동하다가, 시니어급에서는 연봉 스펙트럼이 확대되면서 10 분위 수준이 된다. 여기에 성과급까지 포함하면 그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주관적인 추정이다. 여기까지 보면 근로소득 기준으로 상위권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제 '언제'를 한번 따져보자. 다음은 역시나 통계청에서 참조한 연령별 평균경상소득 현황이다.

2022년 가구주연령계층별 평균경상소득 현황
(단위 : 만원)

   ~29세 이하 : 3,948
30~39세 이하 : 6,926
40~49세 이하 : 7,871
50~59세 이하 : 8,086
     60세 이상 : 4,602
     65세 이상 : 3,749

[출처 : 통계청]

  대체로 펀드매니저 세계로 처음 진입하는 시점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어쨌든 평균 이상으로는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대략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주니어를 벗어나, 본격적인 중견급 매니저가 되어 가는데 이때부터 연봉의 상승폭이 확대된다. 위에서 살펴보았던 8 분위, 9 분위의 근로소득 구간으로 이동하게 돠는 것이다. 그 점을 고려해서 연령별 평균경상소득과 비교하면 분포의 상위영역으로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시니어가 되면 40대~50대 매니저가 되는데, 이때는 평균과 차이가 좀 나게 된다. 성과급 수준에 따라 그 차이는 더 클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추정이라는 점을 또다시 강조한다.


  펀드매니저, 혹은 투자 관련 업종에 있는 직군의 경우, 임금의 상승 곡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울기가 좀 더 가팔라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경력자를 우대하고,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어디든 안 그러겠냐만은 여긴 그 결과가 바로바로 숫자로 나타난다는 점을 잊지 말자. 그렇기에 다른 직종보다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여기까지 살펴봤을 때, 그래도 펀드매니저는 돈을 많이 번다는 결론이 수월하게 나올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만 있는 법이 어디 있는가. 이제부턴 걸림돌들이다. 우선 '얼마나'의 문제를 살펴보자. 사실 이 문제는 비교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의 기준을 세워야 하기에 굳이 정한 것이 바로 운용 본부장들의 연령대이다.


  매니저로써 끝까지 올라간다면 그 자리는 운용 파트 본부장이다. 그 위의 영역은 운용 실력뿐만 아니라, 운용사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 다른 자산군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요, 비전과 정치, 운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능력이 필요하기에, 여기서의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렇다면 대형 및 중소형 운용 본부장들의 연령대는 어떨까. 일단 전통적인 자산인 주식 및 채권 파트의 본부장의 연배는 스펙트럼이 넓다. 40대 초반부터 50대 중후반까지 넓게 퍼져있다. 하지만 대체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중초반 사이에 가장 많이 있다. 부동산이나 실물자산과 같은 대체투자, 그리고 해외투자와 같은 경우에는 그 분포의 하단이 30대 후반까지 내려온다. 주요 분포도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까지로 소폭 연령대가 내려온다. 


  약 3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한 20~25여 년 사이를 펀드매니저라는 이름으로 일할 수 있어 보인다. 법정 정년은 60세이고, 임금피크제 등이 도입되는 시기가 약 55세 이후인 것과 비교하면 직업의 생명이 꽤나 빨리 끝나는 편이다. 물론 펀드매니저의 삶이 끝났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고, 불확실성도 크다. 그래서 짧은 기간 남들보다 많이 벌 때, 대비를 해야 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얼마나'라는 문제에 가려진 진짜 함정이 하나 있다. 약간 특수성이 있는 부동산 및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를 제외하고 대략 70개 수준의 자산운용사가 수익을 내는 회사이다. 이 중에서도 실제 운용본부장을 필요로 하는 수준의 회사는 50여 개 안팎으로 보인다. 즉 한 50개, 크게 봐서 70개의 자리를 놓고 40대 초반부터 그 이상 연배의 펀드매니저가 본부장이 되기 위한 각축전을 벌여야 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이 각축전에서 살아남아야 지금까지 살펴본 상대적으로 높은 근로소득을, 남들보다 빨리 은퇴하는 리스크를 떠안고 획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1년 뒤 100원보다 오늘의 50원을 더 값어치 있게 친다는 관점에서는 남들보다 빨리 높은 소득을 받을 수 있는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직업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적인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부동산이나 실물투자, PE 등과 같은 특수 분야에서의 소득은 위에서 얘기한 부분보다 훨씬 크다. 또한 증권사 운용파트 등과 같이 추가적인 고소득(과 더 짧은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곳으로 이직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점이 분명 있다. 


  하지만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이 훨씬 더 많은 고용형태와 짧은 생명, 그리고 그에 따라 수반되는 높은 경쟁구도는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함정이기도 하다. 


  그래도 승부를 즐기는 브레이브하트를 가지고 있고, 사회의 이면에서 작동하지만 잘 보이지는 않는 금융인프라를 탐구하면서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한번 불태워보고 싶다면, 얼른 이력서를 작성해서 뿌려보자.  


마지막으로 위의 내용은 100% 주관적인 추정이 가득 담긴 글이다. 분명히 참고해야 한다.


[표지그림 : Unsplash의 Sean Pollock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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