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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May 08. 2020

실업이라는 이름의 전염병-분노하고 또 분노하자!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시오.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시오

- 영국의 시인 딜런 토마스(Dylan M.Tomas) -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에서 죽어가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머나먼 우주로 떠나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브랜드 박사가 읽어주는 시의 한 대목입니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 세상에는 어두운 밤이 다가오고 빛은 꺼져 가고 있습니다. 도처에 푸르름이 가득한 5월이 되었지만 따사한 날씨가 주는 여유로움을 즐기기에는 심리적으로 우울한 나날들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이후의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이미 세계 도처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대기업들조차도 정부의 금융 지원을 통해 가까스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회복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더라도 이미 탈진해 버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재기가 힘들 것이라는데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승진 지연과 경력 상실 등으로 인해 임금 손실이 나타날 것인데 아마도 향후 10년 이상 지속적 영향을 미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1998년 IMF 위기로 실직한 가장들이 거의 20년이 흐른 현재까지 끝내 경제적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가정이 해체된 사례들은 낯설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두려움은 실업이라는 전염병이 사라지지 않고 일상적인 감기처럼 우리 주위에서 잠복하며 쉽게 대유행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미국 보스턴 대학의 상담심리학과 교수 데이비드 블러스타인에 의하면 코로나 이후 전 세계는 '실업'이라는 전염병에 감염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더 이상 일할 곳이 없어진다면,  바로 당신 자신이 갑자기 직업을 잃었다면 어쩌실 건가요?  정리 해고로 실직을 하든 무기한 무급 휴가에 들어갔든 모두 다 마찬가지일 것 입니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큰 심리적 변화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어떤 직업이든 일단 실직을 하게 되면 불안의 감정은 사람을 집어삼킵니다. 하지만 여기에 나이로 인한 장벽 그리고 직업 유지의 불확실성이라는 상황까지 더해지면 스트레스 요인은 가중됩니다. 지금과 같이 전염병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인간은 그저 무력할 뿐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실직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만큼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하곤 합니다. 이 감정은 충격, 부인, 분노, 수용과 희망에 이르는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100명의 실직자를 대상으로 12주간의 감정 변화와 1년이 지난 후의 감정 변화를 조사한 연구가 있습니다. 실직한 사람들은 가장 먼저 '분노'의 감정으로 가득 차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지만 자신이 잘못된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른다는 후회와 자존감에 큰 상처를 겪게 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수용하고 적응하게 되겠지만 가슴 한편에 남은 상처는 조그만 외부 자극에도 생채기를 내며 다시 피를 흘릴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사실 개인으로 살아가기에는 정신적으로 매우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업이라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는 분노해야 합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닥칠 또 하나의 큰 두려움은 경제적 차별이 정당화되고 확대되어갈 세상입니다. 코로나 19의 희생자는 대부분 유색인종, 가난한 자, 노인 등 사회적 약자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자는 전염병을 피해 개인 휴양지에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반면 빈곤층은 자발적 격리를 위해 떠날 곳이 없습니다. 부자는 경제 침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주가 하락에 투자하는 파생 상품을 통해 위험을 회피하고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빈곤층은 하루의 급여를 받지 못해 필수적인 생필품도 살 수가 없습니다.


미국 헤지펀드 업체 대표인 빌 에크먼은 2700만 달러(약 331억)를 신용부도 스와프(CDS)에 투자해 3월에만 투자금의 약 100배인 26억 달러(3조 2천억 원)를 벌었지만 또 다른 수백만의 미국인들은 무료 음식을 기부받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서고 있는 현실입니다. 세계은행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 올해 세계 인구의 약 8.6%에 이를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인도에서 1200만 명, 나이지리아 500만 명,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각각 10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며 세계 전체로는 약 6000만 명 가까이 새롭게 빈곤층으로 내몰릴 것이라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선진국이라 여겼던 유럽과 미국, 일본의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보면 빈곤층과 노인층의 희생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경제 활동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계층을 국가가 돌보지 않고 희생양으로 삼는 모습은 과거 인류의 역사에서 수없이 되풀이되었고 이런 국가들은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는 교훈을 역사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닥칠 유럽과 미국의 쇠퇴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둠이 더욱 짙어지고 빚이 꺼져 갈 겨울에 우리는 분노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 짙은 어둠 속에서 우리는 갈 길을 잃고 헤매다 쓰러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촛불 혁명의 위대함을 널리 보여줬던 대한민국은 답을 찾아낼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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