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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Sep 23. 2022

48초와 XX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더라...

나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논리적인 토론과 충분한 합의를 통해 최선의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 체계를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너무 잘 정착된 사회에서는 가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기곤 한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여 권력 유지를 위한 이익을 우선시하는 세력마저 선거를 통해 정통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파시스트 '히틀러'도 공식 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부였기에 공권력으로 반대 세력을 잡아가고 유대인에게 테러를 저질러도 지식인들은 숨죽여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숨겨진 진실은 잠시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안에서 물이 새던 바가지는 결국 밖에서 터지고 만다. 최근 국제 외교의 현장에서 불거진 48초와 XX들 논란 그리고 홍보 수석의 해명을 보면서 화가 나기보다는 서글픔, 부끄러움의 감정이 몰려왔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기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대생이었던 박종철은 조작된 공안 사건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 연행되어 가혹한 물고문으로 숨을 거두었다.


사건이 들통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당시 전두환 정권 인사들의 해명이 이어졌다. 치안본부장은 사망 원인을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고 했고 내무부 장관은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때리느냐'라고 반문했다. 당시 신임 내무부 장관 정호영은 5.18 민주화 운동을 진압했던 특전사 사령관으로 무고한 광주 시민들을 총칼로 학살했던 책임자였으나 유체이탈의 화법을 구사하는 뻔뻔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진실은 결국 드러나고 이를 계기로 6.10 민주 항쟁이 시작되며 오랜 군부 독재는 무너졌다.


살다 보니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욕심을 버리는 것과 용서하는 것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사람이 사람을 그 존재 자체로 포용하기 위해서는 나의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적대적인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정치인들을 용서하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넋두리 같은 글을 쓰는 이유는 자녀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이 조금 더 나은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는 없다. 경험해 보지 못한 극심한 경기 침체의 폭풍우가 몰려오는 현재, 정치마저 길을 잃고 헤맨다면 우리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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