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처럼
하늘이 구멍 난 듯 세차게 쏟아지던 폭우가 아침을 지나 점심 무렵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을 견디기 따가운 무더운 여름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출근을 위해 나섰다 우산을 챙기지 않아 다시금 돌아갔던 자신이 괜한 헛수고를 했나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우리의 일상은 쳇바퀴 돌듯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우리에게 의미 있는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살다 보면 어느 순간은 잠시 멈춤 단추를 누르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의 빛과 향기, 그리고 소리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당신에게 그런 의미를 지닌 순간은 언제였나요?
소중한 순간은 언제나 지나고 나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 천진하게 웃던 아이의 웃음이 사춘기 소녀 소년의 까칠함으로 다가올 때 문득 그때 왜 아이들과의 시간을 더 함께 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시간도 아이와 함께 하는 찰나의 소중함은 결코 퇴색되지 않기에 영원을 기약하고 싶은 욕망은 항상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숙명적인 인간의 유한함을 탓할 수밖에 없겠지요.
흘러간 유년과 청년 시절의 기억들 속에 외로이 서 있는 인간에게 순간의 의미는 언제나 다시 살아가야 할 신선한 삶의 의미를 일깨워 줍니다.
얼마 전 중국의 과학자들이 양자 얽힘 실험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의하면 지난해 8월 궤도에 올린 양자통신 위성 묵자(墨子)호가 최근 티베트 고원의 1천200㎞ 떨어진 2곳의 과학기지에 얽힘 상태의 양자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양자 중첩성(quantum entanglement)으로 불리는 양자 얽힘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존재적으로 연결돼 있어 한 입자의 상태가 확정되는 즉시 다른 입자의 상태도 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물리학 용어입니다.
즉 두 입자가 항상 반대 방향으로 돈다고 가정할 때 측정 전까지 두 입자의 상태를 알 수 없지만 한 입자를 측정하는 순간 그 입자 상태가 결정되면서 마치 그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되는 것처럼 다른 입자 상태를 결정하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너무 어려운 물리학 이론은 잠시 접어두고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참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순간이 영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머나먼 우주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를 넘어선 시공간에 흩어져 있을 나와 동일하지만 상대적인 존재가 경험하는 순간들이 반영되어 현재가 결정되고 무수히 반복되면서 영원한 순간들이 지속될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어쩌면 그들-지칭할 만한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후회하며 아쉬워하고 있는 시간들을 거슬러 끊임없이 새로운 시간들을 창조해 내며 완벽한 자아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현재 이 공간에서 완벽하지 못해 후회만 거듭하는 나는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영원한 시공간에서 완벽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말이 안 되는 생각들... 아무 말 대잔치가 펼쳐진 머릿속...
초복이 코 앞으로 다가온 나른한 7월의 어느 날, 더위에 견디다 못해 윙윙대며 차가운 바람을 힘겹게 토해내는 에어컨 앞에서 영원함을 갈망하는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을까요..
저녁에는 매운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