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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Jun 09. 2021

미친 코끼리의 행진

잡념수도일기

잡념은 나를 통과한다.

.

죽은 경도형은 나를 압구정 한 복판의 선원으로 인도하였다.

오래전이다. 어느 날.

스님은 가부좌를 틀었고,

크리스찬인 나는 어쨋거나 저쨋거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방불교라는 야릇한(?) 네이밍을 들었다면 좇아가지 않았을터인데,

마음 수련이라고 하여 쫒아 간 곳이었다.

마.음.수.련.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란 말인가.


마음을 몸에 묶어 두라고 하였다.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가만히 앉아있는 우리들에게

스님은

당신들의 마음은 지금, 미친 코끼리라고 하였다.

맞다.

잡념은 미친코끼리마냥 널뛴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나의 왼쪽 삼백미터에서 오른쪽 삼백미터까지

잡념이 나래비로 줄을 섰다.

서두가 길었다.

그러니까, 아침에 뭔가 앗!하고 떠올랐던 

상념을 기록해야지라고 생각한 후 여덟시간이 딱 지나자,

그져 통과해 사라져버렸다.

종일,

문서와 씨름하고, 강연자 섭외에 희희낙락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숱한 사람들과 말씨름을 하고, 조율하는 시간들을

내 잡념은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린거다.

아. 뭐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 않았던 생각이었는데?... 아아...

.

.

수십년간 잡념을 잡아채어 글에 묶어두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글이 너무 길어  읽기가 어렵다는 지인의 말에 상처를 입고

벗어버린지 6년, 이전으로 다시 돌아오기 어찌나 어려운지.


그래도 가자. 다시 잡아보자.

나의 미친 코끼리.

아. 이 글의 주제는 이러하다.

상처는 무익하고, 말은 함부로 하지말자 라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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