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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시대,
그 어느 지점에 김동률

김동률 [답장] 리뷰

by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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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티스트의 시대에 살고있다.

아이돌 그룹에는 작사, 작곡에 능한 멤버가 포진해 있기도 하고, 솔로로 활동하는 뮤지션 중에도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분명 가요의 수준은 상당 부분 상향평준화 되었다.

단순히 프로듀싱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보컬, 랩, 댄스 등 무대에서 보여지는 개개인의 역량 또한 큰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젊고 뛰어난 아티스트 중에 가장 서정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힘들 것 같다.

딱히 떠오르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심장을 뛰게 해줄 비트가 담긴 음악은 차트를 조금만 훑어봐도 찾을 수 있지만 반주만 듣고도 심장이 아려오는 그런 음악은 찾기 힘들다.


이런 맥락에서 김동률의 컴백은 너무나도 반갑다.

이번 앨범 역시 지극히 김동률다운 문법에 충실했다는 점은 더더욱 반갑다.

고사상태나 다름없는 음반시장의 현실에서도 정규앨범을 향한 고집이 꺾인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더 늦어지기 전에 이렇게라도 그의 곡들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반갑다.

곡 수는 줄었지만 5곡은 전혀 따로 놀지 않고, 일종의 서사구조를 따른다.

첫 곡 '답장'부터 'Contact'까지 듣다보면 23분 58초짜리 단편영화를 보는 듯하다.

노랫말을 하나씩 곱씹을 때는 머릿속에 이런 저런 장면들이 그려진다.

어떤 장면을 그리는지는 듣는 사람들 각자의 몫이다.

노래를 듣는 순간은 우리 모두가 원작자이다.


김동률의 음악은 이렇다.

크게보면 그의 음반들 마다, 아주 작게보면 곡 하나 마다 스토리라인이 있다.

MR에 채우는 것만을 위한 목적으로 쓰여지는 '단순 가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험적인 시도는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깔리는 피아노 선율, 거기에 더해지는 현악기, 묵직하고 쓸쓸한 저음으로 시작해 후렴구에 터져나오는 감정까지.

김동률을 좋아하고, 90년대 발라드 감성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딱히 신선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청각에만 의존해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주는 음악이 드문 이 시대에 김동률의 음악은 역설적으로 신선하다.

그리고 앞서 계속 해왔던 말이지만 이 말만 계속 떠오른다.

'반갑다'

최신곡임에도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어주고, 오랜만에 노래만으로 감상에 빠질 수 있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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