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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이게 아니다 싶은 당신에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리뷰/서평

by 유턴

"앨리스(작가)는 최종 목표가 뭐야?"

대학시절, 뛰어난 학교를 나와 커리어를 쌓아가던 지인이 제게(작가) 갑자기 물어봤어요. 취업 준비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질문이라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가 말했어요.

"그건 목표라고 할 수 없어. 다양한 경험의 정의가 뭔데? 식당에서 일하는 것도 경험이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경험이겠지. 그런데 아이비리그 MBA 출신의 경험과 평범한 앨리스의 경험이 같을까?·······························································(중략)··································································지금 주변 친구들을 보면 서로 비슷한 것 같지? 시간이 지날수록 각도기의 양끝점이 서로 멀어지듯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거야. 지금 정신 바짝 차려야해."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사람들이라면 주변에 이와 같은 썩 원치않는 조언을 꽤나 들어봤을테다.
물론 나도 비슷한 얘기를 가끔 들어왔다.
주변에 별로 잘나가는 사람이 없고, 나도 그런 비슷한 집단에 끼어본적은 없어서 '자주'가 아니라 '가끔'일뿐이라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이런 다행은 하나도 안 기쁘지만 말이다.

사실 저분이 했던 조언도 어느 정도 맞는말이긴 하다.
어쩌면 현실일수도 있다.
나도 어릴 땐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를 갈 때 앞날의 80% 이상이 결정된다.'
한창 꿈 많아야할 고등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거다.
그 꿈이 허황될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현실상 진로에 대해 교육을 따로 받는 것도 아니고, 중학교 때부터 "수능!" "수능!!"하고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바람에 아이들은 정말로 수능이 대부분의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간혹 그런 기사가 뜨지않나.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시험에 올인해서 결국 합격했다는 뉴스.
어차피 특성화된 학교(사관학교, 경찰대, 의치한약대, 교대 등), 서울 상위권학교에 입학하지 못할바에야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놓겠다는 것이다.
이게 잘못된건 당연히 아니다.
굉장히 전략적인 판단이고, 영리한 판단일수 있다.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가고, 전공을 택한 뒤에 4년간 배운 것과 아무 관계없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수능을 건너뛰고, 시험을 준비하는게 기회비용측면에서 봐도 훨씬 이득이기는 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아쉽다.
저런 영리한 판단을 하는 학생이든 수능을 칠 수밖에 없는 학생이든 자신의 의지로 길을 정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될까?
정말 소수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길이 있고, 그것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걸 알려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20대 초의 정신없는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절실하게 느꼈다.
그랬다면 시행착오를 훨씬 덜 겪지 않았을까.

사실 나는 행운아다.
스무살, 오기 싫었던 학교에 왔고, 맞지 않는 전공을 고르게 되었지만(맞는지 안 맞는지도 들어와봐야 알게된다.) 남들보다 멘붕을 독하게 겪은 덕분에 자퇴를 하고, 돌고 돌아 정체성 하나는 확고해진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말이다.
다른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한국사회에서 조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으니까.

한국의 교육제도하에 성장한 학생들은 불행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
"일이라는게 원래 힘들지. 뭐 즐거운 일이 어딨냐. 다 그러고 사는거지."
나도 이 말이 다 맞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다른 길로 가면 큰 일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여행을 가기전에도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여행하며 특히나 호주에서 일하고 살아보며 그 생각은 확신이 되었다.
분명 일은 힘들지만 삶은 우리처럼 괴롭지 않은 곳이 존재했다.

이 책의 저자도 다른 길을 갔다.
단순히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하에 높지 않은(어쩌면 높지 않아 '보이는')확률에 베팅한 것이다.
평범하게 대학졸업하고, 대기업들어갔지만 뭐하나 정해놓은 것 없이 싱가포르로 향한다.
그리고 지금은 P&G 아시아 지부의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있었을테지만 모두가 걱정했던 것처럼 새드엔딩은 아니지 않은가?

책의 내용은 내가 봤던 관점의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해외 취업에 관한 정보도 많이 실려있지만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건 이런 동기부여에 관한 부분이었다.
지금의 나는 분명 한계를 느끼고 있기도 하고, 선택을 해야할 순간이 곧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위기지만 기회가 될 것이다.
나와 같이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혹은 '이건 아니다'라는 문장이 빡하고 꽂힌 직장인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사실 대학교 1학년이 읽어도 좋고, 고등학생이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당장 필요한 내용은 아니라도 '아 이런 길도 있구나'하고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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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계속해서 거절당할 때

남들이 다 가는 평범한 길을 나는 못 가는 것 같을 때

내 삶이 너무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 때

뒤늦게 꿈을 발견했을 때

무언가 변해야 한다고 느낄 때

한 번쯤 남이 하지 않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해보세요.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져서 해내는 겁니다.

멍청한 선택이 인생의 한 방.

신의 한 수처럼 반전을 불러오거든요.

멍청한 선택이 없다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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