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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일 Jul 10. 2018

부스러기 결과물

중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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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나는 생계형 그림쟁이다.


20대에 아르바이트나 생계형 일로 독립자금을 마련하고

또 한편으로 개인작업도 꾸준히 하며 작가로서 기반을 마련해서

하고 싶은 작업으로 인정받고 그것을 계속해 가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막연한 목표.

나를 잘 몰랐던 때의 요령없는 멋진 그런 목표.


결과적으로 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내 기반은 아직도 늘 초조하기만 한 수준이고

하나의 작업방식을 고수하지도 못했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결과나 방향으로 아직 채 도달하지 못했다.


반면 큰 그림을 가지고 차분히 자기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보면

나는 처량한 질투를 하기도 하고 너무너무 너무 부럽기도 하다.


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은 상황이었다.

간절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무언가를 하고 또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런 파편화 된 작업들이

시간이 지나고 점차 쌓여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그래서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있다.


파편도 쌓이면 결과물이 된다.

그것은 조금 놀라운 것 이었다.



그동안 생계형 일과 작업을 양분해보기도 하고

작업에만 몰두하기도 하고

그 두 가지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는 중에

각각의 리듬의 장단점을 알게 되었다.

계속해서 실수하면서 알게 된 진짜 나의 실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배움이었다. 뼈속 깊이 새겨진 나만의 교훈이 되었다.

(이것은 누군가에겐 전혀 쓸모없는 교훈일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와 일로서의 그림 그리기는 서로 다른 영역이다. 엄연히 그렇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진다와 반대되는

일이 주는 골치 아픔 조차 행복한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일관된 색으로 원하는 방식만으로 작업을 하진 못하는 상황이지만

잠깐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의미도 보람도 없는 혹은 내 삶의 철학에 위배되는 생계형 일보다

그림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나에게 100만 번 행복한 것이구나. 느꼈다.


그것을 알기까지 타인의 평가에 힘들어하고 내 수준에 좌절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하는 욕망과 계속해서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무엇보다 현재의 어려움은 한국의 프리랜서가 살아남기 어려운 생태계.

(평가절하, 단가 후려치기, 작업비 안 주기 등 ) 절망적인 노동현실이다.


미래며 전망이 아직도 잘 보이지 않고

또 다시 생계형 일과 그림일을 병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멈추다 달리고, 걷기도 하면서 가늘게 해나갈 생각이다.


부스러기 일지라도 나에게 성취를 준 작은 결과물들.

아직은 좀 더 노력해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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