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수시입학이 발표난 날.
나는 합격 소식만큼 이제 알바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니?!
그것은 참으로 소중하고도 고귀한 일이다. 그걸 알고 시작했음에도 첫 알바는 내 기대만큼 녹록지 않았고 셈을 잘 못해서 잔고가 비는 바람에 돈을 훔쳐간 아르바이트생이라는 누명을 쓴 채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저 아니에요 사장님. 셈도 잘 못하는데 어떻게 돈을 빼돌리나요. )
호되게 세상에서 이뤄지는 산수와 숫자의 쓴맛을 본 뒤 나는 점차 사장님들이 원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진화해 갔다. 그리하여 나의 20대는 바야흐로 알바 전성기였다.
맥줏집, 피시방, 영화관, 호객도우미, 3사 편의점, 바,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등.
이 정도면 알바왕이라고 불릴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런 자부심도 나이가 드니 점차 시들시들해졌다. 이제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 자신이 스스로 못견뎌운 순간들이 왔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먼 지방까지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2021년 잠시 아르바이트생 생활이 종료되었다. 그러다 약 2년 만에 나는 다시 아르바이트 구직자가 되었다. 알바 구하기 하나는 자신 있던 나지만 구하면 구할수록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뀐 자에게 알바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알바 소개만 봐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금방 파악이 되는 바람에 저절로 걸러지는 알바처가 대다수였고, 어쩌다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보면 나이 제한이 걸렸다. 나이제한이라니. 서글펐지만 기존 아르바이트생 연령대와 비슷한 사람을 구하고 싶은 것을 이해한다. 무엇보다 요즘엔 사장님들도 나보다 어리니, 자기보다 나이 많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가르치며 일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다.
희망하던 여러 곳에서 광탈한 나는 찬밥이 돼버린 내 화려한 20대의 알바 경력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당장 알바 구하는 눈을 낮춰야 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에, 알바도 자주 바뀌는지 공고도 자주 올라오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서는 매우 가까운 한 도시락집에 지원했고 나는 지원한 다음날 면접을 본 후 그다음 날부터 바로 일하게 되었다. 못 구하면 어쩌지 하며 가슴 졸이던 나에게 속전속결로 일을 하게 해 주신 사장님께 감사하면서도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과 새 일을 배우러 간다는 생각에 일하러 가기 전까지 몹시 설렜다. 그 마음 그대로 출근한 지 4시간 후에 집에 돌아온 나는 그대로 몸져누워서 하루를 내리 쉬었다.
일이 고된 건 사실이었다.
매일 느지막이 오후쯤 일어나다가 오전에 일어나서 일하러 나가는 것도 힘들고 평소 잘 들지 않던 큰 반찬통이나 뜨거운 밥통을 옮기는 일을 하느라 다음 날 팔근육이 저릿했다. 하지만 일이 힘든 것보다도 나를 괴롭힌 것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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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계속(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