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결국 3. 둥굴레차
지금은 코..로 시작하는 전염병이 창궐하여 모임이 현저히 줄었으나 대략 1년 전만 해도 한잔하자는 모임이 많았다. 한 잔 꺼리의 객체는 대개 술이거나, 커피거나, 차(tea)였다. 개중에서도 가장 마니아틱한건 역시 차다. 대학생 때는 카페에서 허브티를 파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아니 대체 누가 카페에서 차 따위를 마신단 말이야? 커피를 좋아하기도 했으나 그때는 늦은 밤 샷 세 개를 때려 넣어도 숙면하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집에서나 우려먹는 티백 차를 돈 주고는 못 산다는 마음가짐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전통 찻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더니 커피 지분율이 높은 카페에서도 차를 주문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떤 틈이 벌어지는 걸까. 느슨하게 힘 풀린 퍼즐 조각 사이로 새로운 기호가 스며들어 왔다.
이제 자연스레 집에서도 차를 즐겨 마신다. 보통날에는 자색 옥수수차와 같은 구수한 차를 즐겨마시고 입을 헹구고 싶으면 허브티와 같이 향이 강한 차를 꺼내본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기분 따라 맛 따라 돌려가며 마신다. 이번 달은 둥굴레차 한 박스를 사봤다. 둥굴레차는 특별히 건강에 좋다는 차도 아니고, 국민차라고 할 수 있는 보리차와 비슷한 라인의 차다. 맛이 부담스럽지 않고 마시면 조용해지는 차랄까. 깊은 밤, 새벽을 열기 전 마시기 좋은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 밤도 뜨뜻하게. 둥글둥글 둥굴레차 한 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