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이 너무 심해서 금요일 밤을 제일 좋아하고 토요일 밤부터 벌써 스멀스멀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내일(일요일)이면 또 다음날이 월요일이라고?'
심지어 혼자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표정으로, 언어로 마음의 불안을 마구마구 표출했다.
오죽했으면 그녀의 아이는 채 다섯 살이 되기도 전부터 일요일밤만 되면 자기 엄마보다 먼저 '월요일 싫어.' 노래를 불러댔다. (이쯤에서 월요병은 유전인가 진지하게 생각 중...)
"엄마, 이제 코 자면 워료일 되는 고야?"
"응."
"엄마, 나 어린이집 가기 시로."
"엄마도 회사 가기 싫어."
"그럼 가지 마. 나도 어린이집 안 갈래."
"가야 돼. 엄마는 회사, 너는 어린이집."
"엄마 나 슬퍼."
"어. 엄마도 슬퍼."
"어린이집 가기 시른데... 엄마아빠랑 있꼬 시푼데..힝.."
"엄마 아빠가 돈을 안 벌면 OO이 맛있는 곰젤리 못 사줘. 장난감도 못 사주고, 집도 작은 집으로 옮겨야 돼."(마미라이팅 시작)
만성 에너지부족에 시달리던 나는 주 7일을 활기차게 보낼 기운이 없어서 주말 이틀 중 하루는 무조건 집에서 쉬어야(낮잠 자고 누워있고) 일상생활이 가능했다.(굳이 변명해보자면, 내향인. 소음인. 저혈압. 저질체력의 총집합입니다.)
30대에 소개로 만난 남편과 1년도 안돼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만 데이트를 해도 서로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주 2~3회 만나야 했다면 난 결혼에 이르기 전 그와 헤어졌을 것이다.) 주중은 일이 많아서 만나기 어려웠고 주말에 꼭 하루는 쉬어야 하는 나 때문에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서 데이트를 했다. 서로 사랑하긴 했냐고 주변에서 많이들 물어봤었다.
결혼 전에도 그랬던 내가 결혼과 출산·살림·육아·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에너지가 남아있을 리 만무했다.
주중에는 그냥 사이클이 돌아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살고 주말에는 침대나 소파와 한 몸이 되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를 위해 힘겹게 야외로 나갔다. 체력은 소진될 것도 없이 이미 바닥난 상태였고, 마음도 항상 정리되지 않은 채 해변가 부서지는 파도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는 해조류 찌꺼기처럼 살았다.
빨래, 공과금 납부, 도서관 도서반납, 마트 환불, 문제집 채점, 아이장난감 당근, 욕실바닥 찌든 때 지우기, 세차... to do list는계속 빽빽해져 갔고 어느 순간 리스트를 늘려나가는 것도 무의미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으니까.
아이를 낳고부터는 거의 모든 것이 벼락치기였고 엉망진창이었다. 모든 게 내 생각대로, 계획대로 진행돼야 마음이 편안한 J형 인간인 나에게 내내 가혹한 시간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특징.
조금이라도 안되면 그냥 다 놔버리기.
어차피 아이와 함께하는 삶에 완벽한 정리란 없을진대, 깔끔하게 정리할 수 없으면 아예 시도조차 안 해서 집을 돼지우리로 만들어버렸다. 매일 조금씩 스트레칭이라도, 살고 있는 아파트 계단이라도 오르면 컨디션이 조금은 나아졌을 텐데 내가 받고 싶은 수영강습을 못 가게 되면서 운동은 그냥 숨쉬기운동만 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7권을 빌리면 그중에 한 권 겨우 읽고 나머지는 기한 임박해서 반납하곤 했다.
'나... 왜 사는 거야? 뭘 위해 사는 거야?'
출근하면 내가 맡은 일은 하늘이 두쪽 나도 하면서, 사무실 정리는 잘하면서, 밖에서 만난 사람들에겐 온갖 친절한 웃음 지어주면서 집에 오면 모든 일이 쌓여있고, 내내 짜증이 나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온갖 히스테리를 부렸었다.
그 시간들을 후회한다. 몹시.
그것도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느끼게 된 감정이었다. 그전에는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자각마저 못했던 것 같다.
하루에 8시간 근무.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 2~3시간.
그 시간이 오롯이 나의 자유시간이 되면서 마음에 여유라는 것이 생겼다. 물론 집에 있는 게 시간이 막 남아돌고 넘쳐흐르는 건 아니다.
집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계속 집안일을 하게 돼서 한가하지 않고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퇴직 후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집에서 쉬고 있는데 왜 이렇게 바빠?"인 걸 보면 집안일이 쉬운건 아니다. 물론 나는 나 스스로 원해서 집에 들어앉았기 때문인지 워킹맘일때보다는 전업맘이 훨씬 마음도 편하고 일이 수월하다.
요즘은 주말에 이틀을 밖으로 나돈다. 멀리 근교로 나갈 때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공원에 가서 공차기도 하고(아들이 축구에 푹 빠졌다.) 뒷산도 오르고, 다른 지역 도서관도 가보고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남편이 하자는 거, 아들이 하자는 거 다 한다. 예전 같으면 매번 내 입에선 앵무새처럼 '나가자고? 나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데...'라는 말만 나왔겠지만 나에겐 월요일이 있으니까 이젠 다 할 수 있다.
월요일이 되면 남편은 회사에 가고, 아이는 학교에 가니까. 심지어 아이가 방과후 수업이 2개 연달아 있고 태권도장을 이어서 다녀오면 5시에 돌아오는 날이라 일주일 중 나의 낮시간이 제일 긴 날이다.
그러니 어찌 월요일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다른 날은 아이가 1시 40분이나 2시 30분에 집에 온다. 아침에 학교 보내놓고 집안일 몇 가지 하면 시간 순삭이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시간.
예전에는 그 시간이 내게 공포였고 짜증이었고 좌절이었는데, 지금은 일주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는 평화롭고도 설레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