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이로 Nov 11. 2021

나는 엄마의 피눈물로 빚어졌다

"엄마는 별 말없어?"

"그날 대성통곡을 하더라."


엄마와 연락을 하지 않은 지 벌써 한 달도 넘었다. 나는 일방적으로 엄마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엄마는 내 눈치를 보는 건지 그 전화를 마지막으로 어떠한 문자나 전화도 하지 않았다. 간혹 내가 바빠 할머니의 전화를 받지 못하면 할머니가 시킨 것인지 엄마의 부재중 전화가 하나씩 떠있긴 했다.


어쩌면 태어나지 못할 뻔한 내 목숨은 엄마의 고집으로 태어났다. 나는 엄마의 피눈물로 빚어졌고, 이슬 대신 엄마의 피눈물을 먹고 자랐다. 내가 쓴 가족이란 우산은 구멍이 송송 뚫린 것처럼 비바람이 몰아쳤다. 나는 가족이란 우산을 썼지만 그것은 가난과 불화 속에서 나를 단단히 지켜주진 못했다. 그래서 나는 우산을 놓고 도망 나와버렸다.


고모의 통화 속에서 엄마가 대성통곡했다는 말은 믿기 힘들 정도라 나를 더욱 마음 아프게 했다. 우리 엄마가 우는 것을 본 적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할머니가 술 먹은 아빠 때문에 흔들린 엄마를 딱 한 번 다그쳤을 때 그렇게 세 번뿐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나와의 통화에서도 훌쩍이는 소리는 났지만, 펑펑 운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아마 엄마는 통화를 끊고 소리 내어 울었나 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진작에 좀 사랑해주지 그랬어. 엄마. 진작에 내 걱정 좀 하고, 전화도 자주 하고, 나한테 자주 보고 싶다고 말해주지 그랬어. 나는 철이 빨리 들면서 내 동생만큼 어리광을 부리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 후회를 22살에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그냥 철없이 굴어볼 걸. 아마 내가 그랬더라면 엄마는 내게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좀 더 잔소리를 해줬을 것이다. 좀 더 자주 전화했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자꾸만 왈칵 눈물이 차오른다. 급하게 인공눈물을 넣는 척 흘려보낸다. 눈가가 빨개져 가라앉을 생각을 안 한다.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가 차라리 나를 안고 대성통곡을 해줬으면 좋겠다. 미안하다고,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나를 어린아이로 봐줬으면 좋겠다. 춥다며 옷을 여며주고 손을 잡아 호호 불어주면 좋겠다. 엄마가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